중학교 1학년 2학기 무렵. 나는 드디어, 일본의 포르노를 접하게 된다. 달랐다. 단지 그냥 '다른' 정도가 아니라, 그저 배우들의 눈동자와 피부색이 다른 그런 정도가 아니라, 그러니까 그것은, 처음 포르노라는 것을 접했을 때 받았던 태초의 충격과도 비견될만한, 완전히 다른, 진짜 새로움. 오오, 전혀 다른. 오오오, 완벽한 새로움이었다.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양의 포르노와 일본을 중심으로한 동양의 포르노는 그 문화적 차이 만큼이나 극명한 제 색을 띈다. 전자가 심하게 과장된 신음소리 - 아니, '신음'이라기 보다는 어떠한 구체적 행위를 지칭하거나 요구하는 직접적인 대사 - 와 공격적인 체력을 전시하는 소위 '연극적인 방식'이라면, 일본을 중심으로한 동양의 그것은 가는 숨의 떨림, 촉촉하고 발갛게 달뜬 두 뺨에의 클로즈업, 오밀조밀 수줍은 움직임의 내밀한 관찰 따위에 보다 관심을 보이는, 훨씬 '영화적인 방식'이었다. 당시 사춘기 소년이었던 내게 있어 그 차이는, 말하자면, '영화가 진정성을 갖느냐 갖지 않느냐'의 의미였다. 아아, 진정성이 느껴지는 포르노라니. 당시 내게 그건 너무도 뜨겁고 매콤하여서, 흠뻑 탐닉하지 않고는 도무지 버틸 수가 없는 큰 이유가 되어주었다.
<핑크 리본>은 일본 핑크 무비 산업의 안팎을 두루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라고 한다. 그 옛날 내겐 너무 뜨거웠던, 그 진정성 넘쳐'보였'던 세계와의 우연찮은 조우가 무엇보다 반갑다. 내 하이틴 판타지의 왕국은 어떻게 만들어져왔고 지금은 어떤 시장을 상대로 어떻게 변모하였을까. 이 영화를 기대하는 내 마음은, 진짜다. 핑크빛이다.
이해영(시나리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