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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뼈> Blood and Bones
2004-10-10

일본, 2004, 감독 최양일, 오후 7시30분, 메가 5관

1923년, 제주도에서 오사카로 향하는 여객선의 갑판에 한 청년이 앉아 있다. 이름 김준평. 최양일의 <피와 뼈>는 재일 한국인 1세대에 속하는 그의 일생을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재일 한국인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가 어떤 민족적 정체성에 관한 질문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조금 이른 판단이다. 영화는 재일 한국인의 삶이라는 역사적 조건에서 김준평을 조명하기보다는, 이 세상 어느 구석에도 없을 듯한 악마적인 면모를 갖춘 한 인간과 그의 평생에 걸친 악행에 대한 일지를 작성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는 강간으로 가족을 이루고, 폭력으로 집안의 부를 쌓는 악의 화신같은 인물이다. 그런 김준평의 삶은 삼대를 이루기까지 일생동안 변함없이 반복된다. 일평생을 그렇게 일관한다는 것이 오히려 어떤 설명할 길 없는 의지를 동반해야만 가능한 것처럼 보이고, 그 의지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집요함으로 계속된다. 최양일이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에 이어 두 번째로 양석일의 소설에 끌린 이유도 김준평의 그런 캐릭터에 있을 것이다. 최양일은 김준평의 그 삶을 인간의 끝간 데 없는 본성의 발현쪽으로 생각하는 듯 죽음의 문턱까지 꼼꼼하게 묘사하려고 노력한다. 결국 등이 굽고, 백발이 되어 북한으로 넘어간 김준평은 쓸쓸하게 혼자 삶의 마지막을 맞는다.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설명이 필요없는 일본의 유명 감독 기타노 다케시가 140분간 주인공 김준평을 연기하고 있다는 점이다(최양일과 기타노 다케시의 우정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웃지 않는’ 기타노 다케시의 에너지가 악인의 삶을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다.

정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