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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입국 에드워드 양 독점 인터뷰
2004-10-10

"서구 비평가들은 학교 가서 더 배워야한다"

이 사람은 인터뷰를 잘 안해주는 걸로 알려져 있다. 영화제가 시작하고 나서야 우리는 그가 PPP 비공식 게스트로 부산에 와있음을 우연히 알게 됐다. 후 샤오시엔과 함께 대만 뉴웨이브의 발전을 이끌었던 ’에드워드 양’. 어떻게 그를 인터뷰 탁자로 모셔올 수 있을지 분분히 고민하다가 잠시 몇 시간쯤 잊었을 때, 사무실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 만남은 그렇게 급박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헐레벌떡 뛰어간 곳에 에드워드 양은 없었다. 무산되었다고 실망할 때 쯤 그가 나타났다. 그리고는 "영화가 출품되서 온 것이 아니라, 그저 부산을 더 잘 알고 최근 영화의 동향을 느끼고 즐기기 위해서 온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에드워드 양의 차기작이 애니메이션이 될지 모른다는 이야기는 이미 돌고 있던 바다. 그 점에 대해 그는 "맞다. 준비중이다. 어려서부터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 내가 결국 할 수 밖에 없는 일 중 하나라고 여기고 있었다. 사실 실사나 애니메이션이나 같은 법이다. 문제는 어떻게 말하느냐이다. 실사는 리얼리즘에서 더 유효하고 애니메이션은 판타지에 강하다. 아직 제목을 정하진 않았지만, 내가 스토리, 캐릭터, 컬러, 세팅까지 다 관여 할 것이다. 그래서 더 기대된다"고 말한다. 의외로 그 소재는 "무협"이다. 에드워드 양의 무협 에니메이션! 게다가 "매우 클래식한 무협이다. 각색이 아니라 오리지널 스토리로 쓸 것이다. 하지만, 내년쯤 새 실사영화도 촬영에 들어가려고 준비중"이라고 한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2002년에 부산에 초청됐던 <하나 그리고 둘>로 이어진다. 그는 우선 나루세 미키오의 영화와 유사한 느낌을 준다는 말에 즐거워하며 홍조를 띤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감독 중 하나다. 그는 구로사와 아키라나 다른 일본의 저명한 거장에 비해 손색이 없음에도 크게 평가절하된 작가다. 왜 좋아하냐고? 바로 그 정직성 때문이다. 속임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는 스트레이트하게 이야기한다. 그것이 파워를 만들어낸다. 내 영화에서 그를 떠올렸다니 매우 행복하다. 언제나 인상적인 것은 그가 이야기하는 태도다. 특히 젊은 감독들이란 속임수나 특수효과를 써서 관객들에게 진한 인상을 남기려는 유혹에 약하기 마련인데, 나루세 미키오는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오래 살며 오랫동안 영화를 만들지 않았나."

그러나 그가 동의하지 않는 부분들도 있다. <하나 그리고 둘>을 이전의 영화들, 가령 <공포분자>나 <광음적 고사>등과 갈라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고, 서구의 평론가들이 말하듯 유럽 영화에 영향받은 모더니스트에서 대만 사회를 반영하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옮겨갔다는 지적에 그리 달가워 하지 않았다. "내안에는 여전히 여러 생각이 충돌하고 있다. 그런 감정들을 한꺼번에 안고 산다. 한가지를 표현한다고 다른 것이 없어지겠는가. 스토리에 집중하면서 한 가지 감정을 다룰 뿐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하나 그리고 둘>은 매일의 삶에 관한 영화다. 어둠과 밝음이 그 안에 함께 균형을 잡고 있는 스토리다". 혹은 서구 비평가들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그들은 학교 가서 더 배워야한다. 너는 서구화됐고 너는 일본감독이고 이런 식으로 딱지를 붙이는 것은 내가 보기에 상당히 편협한 일이며, 일종의 종족주의다. 나는 꽤 어렸을 때 인간이란 모두 ‘같다’, 동등한 레벨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영화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개방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어떤 영화를 국적 때문이 아니라 좋은 영화라서 좋아한다. 특히 나같은 사람들의 경우, 영화를 만드는 이유가 생의 경험을 공유하려는 데 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지만,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20년 전에는 내가 선인이고 지금은 나빠졌다는 식으로 생각할 수 있겠는가?"

한 편으로 아쉬운 것은 아직까지 <하나 그리고 둘>이 대만에서 개봉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대만 영화시장은 거의 쓰러졌다. 미국영화가 98%를 점유하고 있다. 돈이 안 될 것 같은 영화의 기회는 아주 적다. 그것이 한국과 대만 영화환경의 커다란 차이이기도 하다. 한국은 국내 시장이 건재하지만, 대만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 10, 20년동안 대만 영화산업에 큰 해악을 입었다. 지금의 대만감독들이 새 영화를 만들려면 허우 샤오시엔이나 나처럼 국제적 범위에서 일하는 게 가능할 때 뿐"이다. 그러나 대만 뉴웨이브 감독군의 특징이 그렇듯 그는 희망을 놓지 않는 것 같다.

스스로 아시아의 감독이나, 대만의 감독이라고 불리기 보다는 세계의 감독으로 불리기를 원하는 에드워드 양은 말한다. "외국어 공부에 관심이 많다. 대만과 일본의 교류가 잦았던 과거에는 학교에서 배운 적은 없어도 TV를 보면서, 영화를 보면서 많은 일본어를 배웠다. 영화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를 이해하도록 도울 수 있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고 서로를 틀에 넣어 격리할 때 이라크 전쟁같은 비극이 생기고, 미국인들은 모든 무슬렘을 테러리스트라고 여기는 슬픈 넌센스가 발생하는 것이다". 에드워드 양은 지금 자신의 영화가 <하나 그리고 둘>의 소년이 찍는 사진처럼 서로의 뒷모습을 보여주며 화해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

글=김혜리,정한석 사진=손홍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