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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 살인사건> Lakeside Murder Case
2004-10-10

<일본, 2003, 감독 아오야마 신지, 오후 8시, 부산1

니키마는 명문 사립중학교 입학시험을 보려고 하는 딸을 위해 호숫가에 있는 사교육 시설에 들어간다. 그곳에는 두 남자아이와 그들의 부모 또한 머물고 있다. 부모까지 면접을 거쳐야하는 까다로운 조건. 그때문에 니키마는 이미 이혼한 아내와 원만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위장한다. 그러나 호숫가 오두막에서 보낸 첫날밤, 니키마를 찾아온 그의 애인이 말다툼을 하다가 니키마의 아내에게 살해당한다. 세 쌍의 부모는 아이들이 공부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시체를 호수에 수장하고 증거를 없애기로 한다.

<호숫가 살인사건>은 한 남자와 두 아이의 고통스러운 치유 여행을 쫓는 <유레카>로 명성을 얻은 아오야마 신지의 스릴러 영화다. 겉으로 보이는 사건 밑에 본질을 이루는 또다른 사건이 있고, 경악할 만한 반전에 도달하는 이 영화는, 잘 만든 스릴러답게 재미있고 섬뜩하다. 그러나 그 이상의 파장도 있다. 니키마의 애인은 단지 그를 자극하기 위해 찾아왔을까. 과묵하고 속을 알 수 없는 시설 원장은 무엇을 숨기고 있는 걸까. 여섯 명의 부모들 중 유일하게 니키마만이 살인을 목격하지 못했고, 그는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야만 한다. 살인과 분노에도 불구하고 고요하기만 한 <호숫가 살인사건>은 그처럼 조용하게 살아온 부모들이 아이들을 어떤 불행으로 끌어들이게 됐는지, 똑바로 쳐다보라고 요구한다. 슬프고 화가 나도 침묵으로 삼키기만 한다면, 그들의 아이들 또한, 영원히 입을 다물게 될 것이다. <호숫가 살인사건>은 소용돌이처럼 불길한 곡선을 따라 맹목적인 믿음과 소통없는 애정의 위험을 경고한다.

김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