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이 끝난 후 객석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무기력한 삶을 그린 <안식처>가 그리 관객이 이해하기 쉬운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객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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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처>의 호유항 감독 관객과의 대화
2004-10-09

"메시지를 찾는 것은 관객의 몫"

관객들은 직설어법으로 물었다. 그러나 감독은 간접화법을 택했다. 올해 부산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된 호유항 감독의 <안식처> 상영이 끝난 후 객석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무기력한 삶을 그린 <안식처>가 그리 관객이 이해하기 쉬운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객의 첫 질문도 “도대체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였다. 여기에 대한 호유항 감독의 답변은 “그건 내가 대답할 부분이 아니다”라는 것. 계속해서 “영화가 너무 불친절하다”고 말하는 관객들을 향해 그는 “이 영화의 메시지를 찾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나의 설명으로 인해 영화 해석의 범위가 좁아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가족에게서 영화적 영감을 가장 많이 얻고 미국 소설가 윌리엄 포크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호 감독은 “일부러 편집, 음향보정을 많이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말레이시아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서 가능한 현장의 소리와 분위기를 있는 정확히 담아내려고 했다는 것. 디졸브나 컷 어웨이 등을 사용하지 않고 거칠게 편집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라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왜 여주인공이 우산을 계속 들고 다니나”, “왜 주인공을 굳이 할아버지와 손자 손녀로 설정했나”, “두 주인공 남매는 연인인가” 등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감독은 “그저 여배우가 우산을 촬영장에 가져와서”, “등장인물의 수를 줄이려고” “마지막 장면을 봤다면 내가 대답할 필요가 없겠다” 식으로만 말할 뿐 직접적인 의미설명은 피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주인공들의 표정연기가 무미건조해 현실감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것은 TV가 아니다. TV속의 주인공들은 늘 표정이 다채롭지만 실생활의 우리는 무미건조하다. 이게 바로 현실이다”라고 힘주어 역설했다.

다소 공격적으로 시작했던 관객과의 대화의 마지막 질문은 “말레이시아의 관객들은 이 영화를 좋아할까”였다. 이에 대해 호 감독은 “투자자들이 영화를 본 후 이런 영화인줄 알았으면 제작비를 안줬을 거라고 하더라”는 농담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글=송혜진 사진=김현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