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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와 앨리스> Hana and Alice
2004-10-09

일본/ 2004년/ 감독 이와이 순지/ 135분/부산1 오후5시

하나와 앨리스는 단짝친구다. 전철 안에서 미야모토를 보고 반한 하나는 그와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그가 있는 만담 써클에 가입한다. 하나는 언제나처럼 미야모토를 쫓아가다가, 차고 문에 부딪쳐 잠깐 기절한 그앞에 서있게 된다. “기억 안나요? 나를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기억날 리가 없지만, 미야모토는 하나의 말을 믿고, 그녀와 사귀기 시작한다. 그러나 미야모토는 헤어진 자신의 여자친구 배역을 맡아 나타난 앨리스를 정말 좋아하게 된다. 두 소녀와 한 소년은 수줍은 연애의 단계에서 다툼과 질투와 눈물이 얼룩을 남기는 긴장어린 관계로 접어든다.

<하나와 앨리스>는, 그 진짜 색채와는 관계없이, 분홍색을 떠올리게 되는 영화다. 발레복을 입은 소녀들의 웃음소리와 그림책에서 오려낸 것같은 트럼프, 좋아하는 남학생을 몰래 찍은 사진들. 봄비같았던 를 추억하게 만드는 <하나와 앨리스>는 드문드문 비치는 현실의 그림자에도 불구하고 한숨이 나올 정도로 순정이 가득하다. 앨리스가 토슈즈 대신 종이컵을 발에 감고 춤추는 마지막 장면은 이와이 순지의 영화로는 다소 평범한 <하나와 앨리스>를 그 한순간만으로도 가치있는 경지로까지 끌어올린다. 아무런 조작도 하지 않았는데, 앨리스가 그저 귀여운 소녀에서 아름답고 빛나는 발레리나로 변모하는 몇분은, 경이로울 정도다. 평소 영화음악에 애착이 많았고 몰래 음악을 만들기도 했다는 이와이 순지는 <하나와 앨리스> 영화음악을 직접 작곡했다.

김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