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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품있는 마리아> Maria Full of Grace
2004-10-08

감독 조슈아 마스턴/ 미국, 콜롬비아/ 2003/ 101분

브룩클린에서 자란 감독 조슈아 마스턴은 콜롬비아 이민 공동체를 바로 곁에서 지켜보았다. 그는 마약을 성토하는 사람은 많지만, 어쩔 수 없이 마약을 운반하는 이들에게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스턴의 첫번째 영화 <기품있는 마리아>는 그런 의문에서 출발했다. 마약 캡슐 수십개를 삼키고 국경을 넘는 소녀들. <기품있는 마리아>는 그토록 절박하게 새로운 인생을 찾아 떠난 한 소녀를 카메라에 담고 있다.

콜롬비아 작은 마을의 소녀 마리아는 상사와 싸우고 공장을 그만둔다. 그녀는 보고타에서 하녀로 일하려고 하지만, 수천 달러를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 마약 캡슐을 몸에 담고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러나 일행 중 한 명이 복통을 일으키면서 문제는 복잡해진다. 마약 딜러들은 은밀하게 캡슐을 꺼내기 위해 환자를 살해하고, 위기를 감지한 마리아는 친구를 이끌고 낯선 도시 한복판으로 달아난다. 마스턴은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직접 콜롬비아 이민들을 만나 자료를 수집했다. 마리아가 처한 곤경,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 수많은 인물들의 일상은 모두 현실에서 건져올린 것들이다.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읽을 수 있었던 시간도 하루에 불과했다.

마스턴은 배우들에게 이야기가 아니라 상황을 주었고, 그 상황에 있는 그대로 반응하도록 지시했다. 이처럼 치장없이 사회의 그늘을 따라 흐르다가 용기있는 선택에 이르는 <기품있는 마리아>는, 마스턴의 말처럼, “이 세상에서 자신이 있을 곳을 찾아헤매는 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김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