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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기타노 다케시를 보련다
2004-10-07

이것은 영화제 기간동안 내가 선택할 영화에 대한 매우 주관적인 기준이다. 혹여 내 말 믿고 영화봤다 어떠한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저 미안하다. 10월 8일. 오늘 볼 영화는, 최양일 감독 - 기타노 다케시 주연의 <피와 뼈>. 좀 미안한 말이지만, 다케시는 교통사고를 겪은 후 얼굴이 훨씬 더 좋아졌 - 드라마틱해졌다. 좌우 대칭이 맞지 않는 얼굴, 자꾸만 찡긋거리는 한 쪽 눈, 웃는 듯 화난 듯 속내를 쉽게 가늠할 수 없는 표정, 짧고 휜 다리, (솔직히) 엉망진창인 몸매에 배어있는 껄렁함까지. 연기는 또 어떠한가. 연기라기 보다는 차라리 흐느적거림이라 말할 수 있는 말투와 몸짓에선 의욕은 커녕 되려 나태함까지 느껴진다. 이 민망하고 말이 되지 않는 농담같은 조합은, 그러나 역사상 존재해본 적 없는, 그 어떤 새로운 종(種)으로 분류돼야 마땅한 신비하고 강력한 아우라를 내뿜는다. 이 알 수 없는 화학반응을 논리적으로 풀어 증명할 방법은 없다. 최소한 내가 알고 있는 한가지는, 기타노 다케시가 다케시 그 자체로서 이미 완결된 플롯을 가진, 도저한 한 편의 영화라는 사실뿐이다.

상기해보자. TV의 헐렁했던 코미디언 비트 다케시도, <모두 하고 있습니까?>의 터무니없는 미치광이 과학자도, <소나티네>의 야쿠자 두목도, <기쿠지로의 여름>의 동네 한량도, <하나비>에서의 강력계 형사도... 다케시는 작심하고 새로운 캐릭터로 거듭난 적도 없었고 언제나 그 자리에 '인간 다케시' 그 자체로 존재하였을 뿐이다. 하지만 그의 존재감은 너무도 강력한 것이어서, 심지어 배우로 참여했을 뿐인 다른 감독들의 영화 - 이를테면 <배틀로얄> 따위의 영화에서도 우리는 '다케시의 영화'를 볼 수 있다. 연출을 했건 제작을 했건 연기를 했건, 일단 그가 참여한 이상 그 작품 정체성의 기준은 그 자신이 된다. 오직, 기타노 다케시 플러스 썸딩(혹은 썸원).

그렇다. 나는 <피와 뼈>를 '다케시의 영화로서' 기대한다. 물론 최양일 감독도, 감독으로서의 다케시도 공히 훌륭하지만, 그보다 '인간 다케시'는 나에게 훨씬 더 매혹적인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추신 : 그라고 늘 좋은 영화에만 얼굴을 내밀었던 것은 아니니 이 영화가 '인간 다케시'를 뛰어넘어 얼만큼의 완성미를 보일지는, 나로서도 알 수 없다. 감상 후 나의 생각이 궁금한 사람은 개인적으로 연락하시길. (오늘 8일은, 인더스트리 스크리닝만. 일반 상영은 9일, 11일에 있답니다.)

이해영, 이해준 (시나리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