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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 다이어리> The Motorcycle Diaries
2004-10-07

<미국, 프랑스/ 2004년/ 감독 월터 살레스/ 오후 5시 대영1관

브라질 감독 월터 살레스(<중앙역>)가 우직하고 아름답게 재현해낸 체 게바라의 라틴아메리카 여행기. 순진무구한 의학도 시절의 에르네스토 게바라는 친구 알베르토 그라나도와 함께 라틴아메리카 대륙 횡단여행을 떠난다. 여정이 늘어날수록, 대륙에 깊이 들어갈수록, 게바라는 자신이 살아오던 환경과는 더욱더 동떨어져 있는 불행하고 거친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을 발견해 간다. 에르네스토 게바라는 풍부한 감수성과 사랑 많은 성격을 타고난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 여행은, 라틴아메리카와 라틴아메리카인들에 대한 끝이 보이지 않는 사랑의 씨앗을 그의 마음 속에 깊숙이 심어두게 된다.

월터 살레스 감독과 호세 리베라 작가는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와 알베르토 그라나도가 쓴 세 권의 여행일지를 꼼꼼히 들춰가며 이 영화를 만들었다. 촬영을 위해 두 차례에 걸쳐 라틴아메리카 여행을 몸소 떠났던 월터 살레스 일행은, 게바라와 그라나도가 낡은 오토바이를 털털거리며 지나갔던 그 길 위에서 두 젊은이들이 50년전 마주쳤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라틴아메리카의 현재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것이 살레스의 감독에게는 이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확신을 가져다 줬을 것이다. 다큐멘터리 작가 출신의 살레스 감독은, 브라질의 중앙역에서 우연히 만난 한 소년 덕에 영화 <중앙역>을 만들 수 있었던 것처럼, 이 영화가 필요로하는 비 전문배우들을 로케이션 헌팅 여정과 실제 촬영의 여정에서 신의 계획인 듯 절묘하게 마주쳤다. 감독은 이렇게 만난 비 전문배우들과의 작업을 가리켜 “내가 그들을 찾아낸 게 아니다. 그들이 나를 찾아낸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우연과 필연의 교차로에서 만들어진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는 반세기 전을 뜨거운 가슴으로 살았던 젊은이에 대한 회상기이면서 동시에 지금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은 영화다. 게바라 역의 멕시코 배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과 알베르토 그라나도 역의 로드리고 드 라 세르나는 그 우연들의 사이사이를 여백없이 제대로 채워낸다. 월터 살레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게바라가 외쳤던 “하나의 대륙, 하나의 민족”이란 구절이 자신의 사적 신념임을 숨기지 않지만 이는 강압적이지 않다. 오히려 영화는 삶과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어 두었던 젊은 체게바라 처럼 명쾌하다. “영화를 만들기전 나는 브라질 감독이었다. 그러나 영화를 완성한 지금 나는 스스로를 라틴 아메리카 감독으로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하는 월터 살레스의 말처럼,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국경으로 스스로를 옭아 매지 않는 ‘라틴 아메리카 영화’다.

김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