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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라> A State Of Mind
2004-10-07

<영국/ 2004년/ 감독 다니엘 고든/ 93분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조직적인 매스게임을 펼치는 나라다. 각종 기념일에 맞춰 펼쳐지는 매스게임은 그 정치적 내용을 차치한다면, 체조와 음악 등 각종 예술의 오묘한 집합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을 것. 평양에 사는 두 여중생이 초대형 매스게임을 준비하는 모습을 담은 다큐 <어떤 나라>가 흥미로운 것은 단지 오묘하기 짝이 없는 북한의 매스게임 세계를 보여주기 때문만이 아니다. 이 영화가 눈길을 붙잡는 진짜 이유는 박현선과 김성연이라는 두 여중생과 가족이 꾸려나가는 일상이 별다른 여과없이 속속 드러나기 때문이다.

2003년 2월부터 두 여자아이들의 공연일인 7월27일 ‘전승기념일’까지 6개월동안 카메라는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뒤쫓으며 평양에 사는 중산층들의 삶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인터뷰 때마다 “장군님…”이 먼저 튀어나오는 대목은 많이 식상하지만, 시시때때로 전기가 끊기거나 가상 대피훈련을 하는 모습 등은 호기심을 넘어 북한의 현실을 짐작게 한다. 특히 집안 어른들이 물자부족을 시인하거나 시장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장면 등은 북한사회의 민감하고 내밀한 구석을 엿보게 한다. 제작진이 북한 당국의 특별한 제재를 받지 않았던 데는 1966년 런던월드컵 당시 북한 축구팀 이야기를 그린 고든 감독의 전작 <일생일대의 승부> 덕분이었다고 한다. 고든 감독은 “이 작품에서 북한 사람들을 우스꽝스럽게 보여주려 하지 않았고, 그들의 말이 우리들이 미리 정해놓은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배려했다”고 말한다.

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