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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브 스타일 5+> Survive Style 5+
2004-10-07

<일본/ 2004년/ 감독 세키구치 겐/ 120분

아무리 죽여도 더욱 가공할 위력으로 살아 돌아오는 아내에게 시달리던 남편은 살인청부업자를 찾는다. 광고기획자 요코 또한 자존심으로 똘똘뭉친 최면술사 남자친구를 제거하기 위해 이들을 찾는다. 그러나 일본어를 하지 못하는 외국인과 통역을 맞고 있는 일본인으로 이루어진 백발백중 살인청부업자 콤비의 성공은 여러모로 비극을 낳는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사랑을 깨닫게 되는 폭력 부부는 이별의 순간을 맞게 되고 최면술사가 죽기 직전 최면의 대상으로 삼았던 한 가장은 남은 인생 내내 자신을 새라고 믿으면서 살아가야 한다.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게 된 가장과의 일상에 익숙해져야 하는 이 집에 우연히 들어온 3인조 좀도둑은 각종 좌충우돌 끝에 성정체성과 사랑을 모두 찾게 되는데, 이들은 그나마 가장 행복한 경우인지도 모르겠다.

도저히 요약, 설명이 불가능한 이 영화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각종 CF적 상상력과 끊이지 않는 블랙유머, 그리고 극단적인 미술이다. 아니나 다를까 첫 장편영화를 완성한 세키구치 겐은 짧은 시간 보는 이의 눈을 잡아 끌어야만 하는 CF 감독 출신. 짧고 감각적인 광고 영상들이 모여 이루어진 듯한 영화의 스타일이 지나치게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각종 문화적 코드들로 무장한 채 우리의 눈을 즐겁게 만드는 이 영화 최대의 압권은 각각의 인물들이 맞게 되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어색한 결말들. 이것은 쉴새없이 영화가 각종 원형들을 베끼고 변화시킨 기준을 확인할 수 있는 실마리이기도 하다.

불쌍한 남편을 연기한 아사노 타다노부의 변함없는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 역시 놓칠 수 없다.

오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