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흑백 105분
감독 조해원 출연 김지미, 신영균, 최남현
EBS 10월10일(일) 밤 12시
사람들에게 <불나비>라는 제목의 노래를 불러보라고 하면, 아마 386세대들은 학창 시절 회식자리에서 가장 많이 애창했던 노래 중 하나였기에 자신있게 “불을 찾아 헤매는 불나비처럼…”으로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조금 더 나이를 먹은 70년대 학번 이전의 세대들은 십중팔구 “얼마나 사모치는 그리움이냐…”로 시작하는 김상국의 <불나비>를 부른다. 요즘 젊은 세대는 김상국이란 가수에 대해서도 십중팔구 모를 것이다. 사정이 이럴진대 영화 <불나비>를 연출한 감독 조해원에 대해서는 더더욱 아는 바가 없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간 꽤 많은 영화를 소개하고 잊혀졌던 작품과 감독들의 이름을 불러 안방극장으로 모셨던 <한국영화특선>에서도 조해원이란 감독은 상당히 생소했다. 그는 신상옥 감독의 걸작 <지옥화>에 출연했던 배우였고, 이 작품 <불나비>는 그의 연출 데뷔작이란 정도밖에는 별다른 정보가 없다. 연출작 5편에 출연작 2편이 그에 대한 기록의 전부이다.
그런데, 이 영화 <불나비>를 보고 있노라면 관객의 관심을 계속 붙들어매는 탄탄한 스토리텔링에 빨려들게 되고, 관능적이면서도 정숙한 여인을 동시에 소화해내는 히로인 김지미의 연기력에 감복하게 되며, 여기저기 깔아놓은 암시와 복선의 영화적 장치에도 짐짓 놀라게 된다. 물론, 칼, 스포츠카, 권총, 연쇄살인 등 서구의 미스터리물에서 일종의 전형처럼 등장하는 아이콘들을 비롯해 지나친 욕망에서 비롯된 뒤틀린 사랑과 그 사랑으로 상처받는 영혼들간의 갈등을 화면으로 충분히 옮기지 못한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