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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3 Iron
2004-10-07

한국/ 2004년/ 감독 김기덕/ 85분

폭력의 희생양인 여자는 세상에서 사라지길 원하는 듯 보이고,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한 채 빈집을 전전하는 남자에게서는 때때로 감출 수 없는 분노가 엿보인다. 그가 분노를 잠재우는 도구는 3번 아이언. 남자가 지옥같은 집에서 여자를 구해낸 것 역시 3번 아이언을 통해서다. 그러나 여자는 남자를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발견하고, 남자의 마음은 여자를 통해 치유된다. 그 어떤 세상의 오해에도 굳게 입을 다물었던 두 주인공은 서로에게서 구원을 얻고 마침내 그들은 모든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영화는 그 제작방식만큼이나 과감하게, 투명한 각종 비유와 상징의 세계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간다. 주인공들에게서 대사를 지워버린 만큼 표현은 간결하다 못해 경제적으로 느껴지고, 모든 장면들은 설명이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주인공이 마침내 모든 현실의 무게를 말 그대로 벗어 던진 결말, 관객들은 그 정체불명의 묘한 느낌이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 궁금해질 것이다. 현실과 허구, 실제와 환상의 모호한 경계를 오가는 세계가 강렬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영화.

자신의 이름을 건 제작사에서 만든 첫 영화, <사마리아>에 이어 자신이 직접 편집까지 겸한 두 번째 영화를 완성한 김기덕 감독은 더 이상 관객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지 않는다. 이것은 전작에서부터 어느 정도 감지된 것으로 과격한 폭력이나 선정성인 표현 없이도 자기만의 영화를 완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한 해 동안 세계 3대 영화제 중 두 개의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으면서 그가 얻은 것은, 단지 눈에 보이는 권위뿐만이 아닌 듯하다.

오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