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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셋> Before Sunset
2004-10-07

미국/ 2003년/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80분

기차 안에서 만난 제시와 셀린느는 비엔나를 돌아다니며 하룻밤을 함께 보냈다. 두 사람은 여섯 달 뒤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지만, 그 후일담은 알 수 없었다. 가장 로맨틱한 순간에 멈추어 섰던 <비포 선라이즈>. 리처드 링클레이터와 에단 호크, 줄리 델피는 9년만에 다시 두 사람을 만나게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동안 나이를 먹은 그들은 이메일과 전화로 시나리오를 주고 받고, 가끔은 직접 만나 감정을 공유하면서, 9년 동안 쌓인 경험과 통찰, 성숙한 지혜를 두번째 이야기에 보탰다.

작가가 된 제시는 자신의 책을 홍보하기 위해 파리에 온다. 셀린느가 살고 있는 도시 파리. 셀린느를 추억하던 제시는 아무렇지도 않게 서점에 나타난 그녀를 다시 만난다. 서른 넘은 어른이 된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자신을 드러내고 조금 떨어져 주위를 맴돌다가 아직도 남아 있는 애정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비엔나에서 그랬던 것처럼, 시간은 정해져 있다. 제시는 한 시간 반이 지나면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만 한다.

보름만에 촬영을 끝낸 <비포 선셋>은 현명하게 나이를 먹은 사람들만이 들려줄 수 있는 매혹적인 대화록이다. 결혼과 사랑, 삶, 일상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산책과 수다만으로도 웃음과 긴장으로 80분을 채워간다. 한순간 깨닫는 결혼의 지리멸렬함, 로맨스의 허상, 무모한 낙관 대신 선택한 냉소. 함께 시나리오를 쓴 줄리 델피와 에단 호크는 이 기나긴 대화가 카메라를 들이댄 바로 그 순간에 튀어나온 것처럼 진실하고 낯익은 어조로 자신들의 속내를 들려준다. <가디언>은 “로맨틱하면서도 로맨스를 회의하는 영화”라는 적절한 평가로 이 영화에 찬사를 보냈다.

김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