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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워> So Cute
오정연 2004-10-07

뉴커런츠/한국/2004년/115분/감독 김수현/오후 10시/메가박스 6관, 7관

한없이 주책맞은 아버지와 그의 배다른 아들 셋이 동시에 한 여자에게 구애하는 이 엉뚱한 상황. 김수현의 장편 데뷔작 <귀여워>는 이토록 기가막힌 사태를 시종일관 경쾌한 상상력으로 누벼 나간다. 좀처럼 보기 힘든 괴짜 영화 한편이 나온 것이다.

애점지에 능통한 박수무당 장수로와 퀵 서비스 일을 하는 큰 아들 후까시, 그리고 견인차를 몰아 생업을 유지하는 둘째 개코는 다 쓰러져 가는 황학동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버지와 후까시가 마주 앉아 김장을 담그는 모습을 보던 개코는 "아빠, 어디서 여자라도 하나 주워다 줄까?"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정말 데려온다. 그 여자가 바로 도로에서 과자를 팔며 살아가던 순이다. 그 즈음 아파트 철거를 강요하는 용역깡패들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그 중에는 이제막 감옥에서 출소하여 다시 깡패 생활에 뛰어든 뭐시기도 끼어 있다. 그러던 중에 자신이 장수로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뭐시기가 이 아파트를 찾는다. 아버지를 찾아온 순서대로 형, 아우가 매겨지는 이 배다른 콩가루 집안에서 순이는 점점 더 "그들 모두가 사랑하는" 존재가 된다.

이 영화에서 순이는 그들의 잡히지 않는 허상이며, 그들을 숨쉬게 하는 판타지다. 때문에 아버지와 형제들이 순이의 애정을 둘러싸고 아무리 신경전을 벌여도, 정작 그녀는 구속되지 않는다. 관객들은 머리로 따라잡기 힘든 순이의 존재를 낯설어 할때쯤 이 영화의 기이함에 대해 드디어 눈치챌 것이다. <귀여워>는 코미디 장르의 영화가 아니지만, 웃음보다 더한 경쾌함의 에너지를 부둥켜 안고 있다. 그건 독특한 캐릭터들이 이상한 정감을 뿜어내며 펄펄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영화는 마치 불협화음의 난장을 치루는 듯 시끄럽다가도, 어느 순간 미끌미끌한 판타지의 세계로 단숨에 관객을 초대하는 능력을 발휘하곤 한다.

이 영화의 제목은 언뜻 들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귀여워’는 이 우스꽝스런 축제의 느낌을 표현하는 말이다. 아버지와 아들 셋이 같은 여자를 사랑하는 것이 축제라고? 의아하게 들리겠지만, 이들이 싸우면 싸울수록 영화는 더 경쾌해지고, 문제는 거꾸로 해결되고, 에너지는 넘쳐난다. 그것이 <귀여워>의 도발성이다. 그걸 따라가다 보면, 오랜만에 도발적이라고 부를 만한 영화 한 편이 지금 탄생했음을 알게 된다. 이 영화는 삶의 연꽃을 얻기 위해, 진흙을 소중히 다루는 희귀한 예의 영화이다.

정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