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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이름의 불안한 모험, <정사>

L’Avventura 1960년

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출연 모니카 비티

EBS 10월9일(토) 밤 12시

국내에서 <정사>란 이름으로 알려진 이 영화는 원제가 ‘모험’이라는 의미다. <정사>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대표작이며 적지 않은 해프닝을 일으켰던 영화로 기억된다. 1960년에 <정사>가 칸영화제에 출품돼 시사회를 가졌을 당시 전개가 느리고 난해하다는 이유로 관중은 야유를 퍼부었으며 평론가들도 혹평을 했다. 하지만 이후 일군의 감독들과 비평가들이 <정사>에 대해 공개적인 지지를 선언했으며 결국 영화제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되었다. “현대의 태도와 감정의 방식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의 도덕적 척도, 신화 혹은 관습은 끊임없이 퇴화되고 폐기되기 때문이다.” <정사>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1960년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다.

몇명의 청춘 남녀들이 요트를 타고 이탈리아의 무인도에 뱃놀이를 간다. 건축가 산드로와 그의 약혼자 안나, 그리고 안나의 친구 클라우디아도 끼어 있다. 그런데 갑자기 안나가 없어진다. 섬의 구석구석을 뒤져보아도 안나의 흔적은 없다. 배는 철수하고 산드로와 클라우디아만 섬에 남는다. 경찰이 와서 섬을 샅샅이 뒤지지만 안나의 흔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산드로와 클라우디아는 안나가 다른 배를 타고 근처의 섬에 갔을지 몰라 안나를 찾아나선다. 그러다가 둘 사이에 애정이 싹트기 시작하지만 둘의 애정관계 역시 어딘가 위태롭고 늘 위협받는 것 같다. <정사>의 내러티브는 당시 관객이 당혹스러워할 만하다. 갑자기 안나라는 인물이 사라지는 것도 그렇고, 이후 안나를 찾으면서 새로운 사랑이 싹트는 과정 등이 별다른 설명없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안나라는 인물의 실종에 대해 별다른 단서나 해석의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은 <정사>가 악명 높은 영화가 된 주된 원인이었다. 영화 속 안나는 어떻게 됐느냐는 질문에 안토니오니 감독은 “나도 모르겠다. 누가 그 여자가 자살했다고 그러던데 그런 것 같지는 않다”라고 덤덤하게 대답했다는 일화가 있다. <정사>는 특정 인물의 ‘부재’를 통해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불안과 소외, 그리고 성적 모험에 관한 영화가 될 것이다. 게다가 당시 안토니오니 감독이 성취한 영화의 형식적 완성미는 기억할 만하다. 안토니오니는 언젠가 이 영화가 “현대사회의 에로스는 병들어 있다”라는 이유 때문에 만들었다며 관객에게 던지는 일종의 암시를 남기기도 했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