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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완성도의 디지털 장편 다수 등장\" , 한국영화 프로그래머 허문영
2004-10-06

개막식 D-1,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라고는 눈에 띄지 않는 분주한 부산영화제 사무실. "1분만!"을 외치며 분주하게 뛰어다니던 허문영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는 따뜻한 가을 햇살 아래 앉기가 무섭게 부산이 고른 한국영화들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디지털 장편영화에 강조점을 두는 허 프로그래머의 말에서 미래 한국영화의 한 가능성을 미리 점쳐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디지털 장편영화가 급부상했다"는 허 프로그래머는 "올해처럼 높은 완성도를 지닌 디지털 장편영화가 다수 쏟아져 나온 적은 없었다"고 부산을 찾은 디지털 단편 작품들에 대한 총평을 했다. "특히 노동석 감독의 <마이 제너레이션>은 놀라운 작품이다. 불과 3천만원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캐릭터 묘사, 촬영, 이야기 구성 등의 면에서 어떤 충무로 장편영화 못지않은 완성도를 지녔다. 기술적인 측면 뿐 아니라 영화의 무드를 만들어내는 노 감독의 연출력이 탁월하다." 조범구 감독의 <양아치 어조>는 "한국적 청춘 영화의 뛰어난 결실"이며, 신재인 감독의 <신성일의 행방불명>은 "거칠고 불완전하지만 놀라운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문제작"이라며 허 프로그래머는 디지털 장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디지털 장편에 방점을 찍는 이유 중 하나는 뛰어난 신인 감독들이 디지털 장편으로 데뷔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수현 감독의 <귀여워>는 독창적인 감수성과 뛰어난 공간 포착 능력에서, 이윤기 감독의 <여자, 정혜>는 다중적 심리 묘사에서 매우 뛰어난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올 최고 데뷔작의 범주에 넣어도 무방할 듯 하다." 지난 해, 디지털 장편 부문 신설을 고려중이라고 했던 허 프로그래머는 "디지털 장편영화 섹션을 만든다면 많은 디지털 장편을 소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디지털 장편 영화를 차별한다는 인상도 줄 수 있어 고민 중"이라고 말을 맺었다. 그의 배려 섞인 칭찬 때문일까, 내년에는 부산에서도 서울 극장가에서도 디지털 장편이 화두가 될 것 같은 때 이른 기대를 품게 된다.

글 이다혜, 사진 손홍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