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디지털 장편영화가 급부상했다"는 허 프로그래머는 "올해처럼 높은 완성도를 지닌 디지털 장편영화가 다수 쏟아져 나온 적은 없었다"고 부산을 찾은 디지털 단편 작품들에 대한 총평을 했다. "특히 노동석 감독의 <마이 제너레이션>은 놀라운 작품이다. 불과 3천만원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캐릭터 묘사, 촬영, 이야기 구성 등의 면에서 어떤 충무로 장편영화 못지않은 완성도를 지녔다. 기술적인 측면 뿐 아니라 영화의 무드를 만들어내는 노 감독의 연출력이 탁월하다." 조범구 감독의 <양아치 어조>는 "한국적 청춘 영화의 뛰어난 결실"이며, 신재인 감독의 <신성일의 행방불명>은 "거칠고 불완전하지만 놀라운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문제작"이라며 허 프로그래머는 디지털 장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디지털 장편에 방점을 찍는 이유 중 하나는 뛰어난 신인 감독들이 디지털 장편으로 데뷔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수현 감독의 <귀여워>는 독창적인 감수성과 뛰어난 공간 포착 능력에서, 이윤기 감독의 <여자, 정혜>는 다중적 심리 묘사에서 매우 뛰어난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올 최고 데뷔작의 범주에 넣어도 무방할 듯 하다." 지난 해, 디지털 장편 부문 신설을 고려중이라고 했던 허 프로그래머는 "디지털 장편영화 섹션을 만든다면 많은 디지털 장편을 소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디지털 장편 영화를 차별한다는 인상도 줄 수 있어 고민 중"이라고 말을 맺었다. 그의 배려 섞인 칭찬 때문일까, 내년에는 부산에서도 서울 극장가에서도 디지털 장편이 화두가 될 것 같은 때 이른 기대를 품게 된다.
글 이다혜, 사진 손홍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