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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턴 영화의 재발명, <서부의 사나이>

<서부의 사나이> Man of the West

1958년

감독 앤서니 만

상영시간 95분

화면포맷 2.35:1 비아나모픽

음성포맷 DD 1.0 영어

자막 프랑스어

출시사 카를로타(프랑스)

앤서니 만은 후기에 연출한 대규모 서사극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의 진정한 매력은 그 이전 작품에 있다. 필름누아르 등의 저예산영화를 주로 만들던 그는 1950년대 이후 웨스턴 장르에 진입한다. ‘심리적’ 또는 ‘성인 웨스턴’이 한창이던 때, 제임스 스튜어트와 함께한 <윈체스터 ’73> <분노의 강> <라라미에서 온 사나이>로 서부 세계를 이끌던 앤서니 만은 1958년, 게리 쿠퍼와 <서부의 사나이>를 만들면서 방점을 찍게 된다.

마을학교 선생을 찾아 열차를 탔던 링크 존스는 기적소리에 놀라는 고지식한 구식 남자처럼 보였고, 살롱 여가수와 사기꾼을 만날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게 순조로웠다. 하지만 열차 강도가 일어난 뒤 외딴 오두막에 도착한 세 사람 앞에 닥 토빈 일당이 등장하면서 링크의 정체가 밝혀진다. 악당의 오른팔이었으나 개과천선한 그는 보통 사람, 이상적인 영웅 그리고 악당으로 분류되던 전형적인 웨스턴의 지도에서 보기 힘든 인물이다. 보통의 도덕적 기준에서 벗어난, 선과 악으로 분류될 수 없는 인물은 쉽사리 도덕적 결론으로 표출되지 않는 법. 존 포드에게 존 웨인이 아닌 헨리 폰다가 있었던 것처럼 앤서니 만에게 제임스 스튜어트가 아닌 게리 쿠퍼가 필요했던 이유가 거기 있다.

<서부의 사나이>는 그런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는 드라마이며, 바로 거기서 짐 자무시의 <데드 맨>과 만난다. 두 작품은 정반대 방향에서 시작해 같은 지점으로 향한다. 서부의 사나이는 새로운 시대 속 자신의 위치가 궁금하다. 그러나 신경증에 걸린 서부극은 아버지의 존재와 이상적인 서부에 대한 부정을 잉태했을 뿐이다. 골드타운의 황량한 이미지는 사라진 이상향의 메타포이며, 악당은 자신이 키웠던 아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서부의 사나이>는 이전 서부극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열린 구조로 이어진다. 유령마을을 뒤로한 채 마차를 몰고가는 링크 존스와 여가수는 이제 어디로 가는 걸까? 링크는 떠나온 가족과 마을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인가? 장 뤽 고다르는 <서부의 사나이>를 그해의 영화로 선택하면서 ‘웨스턴의 재발명’이라 말했다. <용서받지 못한 자>의 진정한 아버지가 여기 있다. <황야의 무법자>가 나오기 6년 전 일이다.

DVD는 색감을 보기 좋게 살려놓았지만, 아나모픽이 아닌 시네마스코프 화면비율은 DVD 시대엔 받아들이기 힘들다. 부록으론 고다르가 <카이에 뒤 시네마>에 쓴 <슈퍼 만>을 영상물로 재구성한 것, 앤서니 만에 대한 소개, 피에르 리시앙과 베르트랑 타베르니에와의 인터뷰가 있으나 자막은 없다. 이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