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의 퀄리티가 영화의 흥행성적과 항상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이젠 SE버전이 나올 법도 한데 <타이타닉>은 여전히 99년 발매된 일반판에 머물며 제 위용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아나모픽이 지원되지 않았을 뿐인 <타이타닉>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1억달러 이상을 벌어 92년 최고 흥행작 중 하나였던 <보디가드>는 아나모픽은커녕 비디오와 같은 4:3 화면비만을 담고서 DVD가 발매되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다음주쯤에야 <보디가드>를 제대로 된 화면으로 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이 실현될 전망이다. 이번에 출시되는 SE버전은 오리지널 화면비만 살린 것이 아니라 아나모픽도 지원한다. 부록으로 담긴 26분 분량의 다큐 <보디가드의 추억>에서 케빈 코스트너는 <I Will Always Love You>의 도입부를 아카펠라풍으로 부르게 한 것은 자신의 아이디어였다며 너스레를 떤다.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트 레이트는 기존판에 비해 높아졌으나 사운드의 개선을 느끼긴 힘들다. 화질 또한 리마스터링이 되지 않아 평범한 수준이었던 기존판과 동일하다. 하지만 프레임의 훼손없이 휘트니 휴스턴과 케빈 코스트너가 한 화면에 나오는 것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DVD는 만족스럽다. 영화 속의 영화로 보여지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요짐보>나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를 보는 것뿐 아니라 스티브 매퀸 주연의 <블리트>와의 연관성을 찾아보는 것도 <보디가드>를 재미있게 보는 또 다른 방법이다(로렌스 캐스단이 각본을 적을 때 염두에 둔 작품이 <블리트>였다. 그 때문에 두 영화 속 주인공 이름이나 헤어스타일이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