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초이스 > 음악
화려한 동화책 같은, 이소벨 켐벨 〈Amorino〉

큐피드 또는 천사, 로마 혹은 그리스의 사랑의 신, 아름답고 순수한 아이, 작은 사랑. 이상은 아모리노(amorino)란 이탈리아어의 의미다. 사랑이란 뜻의 아모레(amore)에서 파생된 단어임을 눈짐작으로 알 수 있다. 아모리노란 말에 이제는 ‘이소벨 캠벨’(의 음반 타이틀)이란 항목이 추가되었다. 사전에는 나오지 않지만, 웹 검색 엔진과 팬들의 머릿속에는.

<Amorino>는 풋풋하고 복고적인 체임버 팝 음악으로 인기를 누려온 스코틀랜드 밴드 벨 앤드 세바스천(Belle & Sebastian)에서 첼로(와 간간이 싱어)를 담당했던 이소벨 캠벨의 솔로 데뷔 앨범이다. 크레딧을 보면 2000년부터 2년간, 30명 이상의 세션(30인조에 가까운 오케스트라를 제외하고도!)을 동원해 만들었다는 정보를 알 수 있다. 심혈을 기울였다는 인상은 15곡의 수록곡들을 들어보면 금세 드러난다. 벨 앤드 세바스천 시절의 체임버 팝은 물론 보사노바, 재즈, 1960년대 프렌치 팝, 포크/컨트리 등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담겨 있다.

이소벨 캠벨이 예의 가녀린 음성으로 속삭이듯 노래하는 타이틀곡 <Amorino>는 1960년대 프랑스영화 사운드트랙을 연상시킨다. 서정적인 컨트리/포크 스타일인 <Why Does My Head Hurt So?>와 유진 켈리(바셀린스)와의 듀엣곡 <Time Is Just the Same>, 체임버 팝 스타일인 <Love for Tomorrow>는 싱그러운 가을 바람처럼 불어오다 나른한 오후의 햇살처럼 내리쬔다. 동심을 떠올리게 하는 <A Million Arms To Hold You>는 자연스럽게 싱얼롱을 유도하는 곡이다.

그런데 음반에서 좀더 두드러지는 건 재즈적 색채다. <The Cat’s Pyjamas>는 오래된 딕시랜드 재즈 LP를 틀어놓고 노래한 듯한 느낌이고, <The Breeze Whispered Your Name>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과 주앙 질베르투의 그림자가 묻어나며, <Johnny Come Home>은 ‘보사노바로 편곡한 벨 앤드 세바스천’을 상상하게 한다. <October’s Sky>와 <Song for Baby>는 재즈와 체임버 팝의 칵테일 같은 곡이다. 전체적으로 ‘두텁고 컬러풀한 동화책’ 같은 음반이다. 그 때문에 예스런 풋풋함을 그리워하는 팬들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소벨 캠벨의 섬약한 음성이 여전히 매혹적이고 사랑스럽다는 점은 이의가 없을 것이다. 사랑의 상실이나 결핍이 화상처럼 남아 있는 이에게는 치유의 사운드트랙으로 오래도록 재생될 듯하고.

이용우/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