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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롭고 진중한 클래식의 향연,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O.S.T

흥행보증 장기티켓을 끊은 <해리 포터> 시리즈는 3편에서도 순항 중이다. 단, 감독 교체와 함께 찾아왔다. 알폰소 쿠아론의 버전은 좀더 어두우면서도 스펙터클한 분위기로 (덜 동화적인?) 모험과 스릴이 강조되었다고나 할까. 선악의 경계를 흐리는 반전, 자신만이 자신을 구원한다는 명제를 아이들의 성장담에 풀어내면서. 하지만 편수를 거듭해도 불변한 것은 마에스트로 존 윌리엄스의 이름이다(차기 에피소드에도 낙점되었다). 그는 3편 영화음악에서 전작들보다 한층 다채로우면서도 진중한 클래식의 향연을 펼쳤다. ‘중세적 모티브를, 19세기 로시니적 내러티브, 빅 밴드 재즈, 20세기 음악으로 매만졌다’는 쿠아론 감독의 주해처럼.

신비로운 선율이 흐르는 1편의 〈Hedwig’s Theme>는 3편의 오프닝으로 변주된다. 이후 새로운 캐릭터(마지 아줌마, 벅빅, 디멘터, 늑대인간 등)를 위한 음악이 요지를 점하는데, 마지 아줌마를 날리는 신에는 우아코믹 왈츠(〈Aunt Marge’s Waltz>)가, 무시무시한 간수 디멘터의 모티브에는 불길하고 불편한(현대 클래식 음악과 접속한) 현악의 글리산도(〈Apparition on the Train>)가 자리한다. 보은의 캐릭터 벅빅과의 비상곡(飛上曲) 〈Buckbeak’s Flight>는 웅장한 팀파니 타법이 압도적이고, 좌충우돌 버스의 질주를 묘사한 〈The Knight Bus>는 자유로운 형식의 재즈를 접목했다.

특히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시구에 융해된 익살과 복선이 어린이 합창단의 목소리로 실리는 〈Double Trouble>은 독특한 일침의 불망곡. 이런 중세적 터치는 이 사운드트랙의 큰 특징이다. 이는 미스터리 매직 판타지류의 음악들과 만나는데 〈Hagrid the Professor>처럼 5음계 속에서도, 〈Secrets of The Castle>처럼 첼레스타와 하프의 영롱한 음에서도, 〈The Patronus Light>처럼 환상적인 보컬 코러스를 통해서도 현현된다. 반면 어둡고 불길하며 박진감 넘치는, 장대한 스케일의 오케스트레이션은 〈Quidditch, Third Year> 〈The Werewolf Scene> 등에 포진해 있다.

‘과거로 향한 창’이라는 영화의 키워드는, 아이리시 민속 음악을 연상시키는 서정적인 피리 솔로의 〈A Window to the Past>와 시계소리를 배경으로 시간의 흐름을 형상화한 〈Forward to Time Past>에 의해 뒷받침된다. 그 밖에 오케스트라 및 합창 코러스의 파워가 담긴 마지막 세곡은 하나의 큰 ‘피날레’라 이를 만한데, 그중 엔딩 타이틀에 사용된 〈Mischief Managed!>는 12분대의 대곡이지만 기왕의 하이라이트 위주 편집본이다. 이것 자체가 흠은 아닐 것이다. 다양한 색깔, 영화와의 강한 흡착력에도 불구하고 전 스코어, 나아가 <해리 포터> 전 에피소드를 아우르는 명확한 무언가가 없는 것 같다고 하면 괜한 딴죽걸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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