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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으로 쏴죽이면 그만” 현대 미국 사회를 비판한 걸작
류상욱 2004-08-20

<체이스> The Chase

1966년

감독 아서 펜

상영시간 133분

화면포맷 2.3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모노

자막 한글, 영어, 프랑스어

출시사 콜럼비아(1장)

1966년에 제작된 아서 펜의 <체이스>는 60년대 할리우드영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이 영화에서 미국사회의 전통적 도덕의 붕괴와 이데올로기 해체의 한 단면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텍사스의 한 작은 마을이다. 이 마을은 발 로저스라는 기업가의 지배를 받고 있다. 토요일 저녁, 마을 사람들은 모두 술에 빠져 광란의 밤을 연출한다. 여기에 감옥에 있던 버바(로버트 레드퍼드)가 탈옥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보안관 칼더(말론 브랜도)는 마을을 통제하지 못한다. 마을 사람들이 그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마을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과 성혁명 이후 불륜과 10대들의 성적 방종으로 혼란에 휩싸여 있다. 이제 더이상 과거의 가치들은 정당화되거나 유지되지 않는다. 가부장의 권위에 대한 자신감은 폭력으로 표출될 뿐이고, 종교(기독교)는 광신도적인 할머니에 의해 시끄러운 존재로 표상된다. 또한 기혼자들은 공공연히 배우자가 보는데도 불륜을 저지른다.

버바의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보안관에게 뇌물을 주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히스테리적인 발작을 일으킨다. 모성 역시 정상적인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다. 버바의 아내 안나(제인 폰다)는 남편이 감옥에 있는 동안 발 로저스의 아들인 제이크와 관계를 가지고 있다. 폐차장에 숨어 있는 버바를 안나와 제이크가 찾아간다. 이때 버바는 안나와 제이크의 관계를 인정한다. 이 시퀀스만이 서로를 인정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유일한 관계를 보여준다. 결국 칼더가 버바를 체포해 보안관 사무실로 연행하지만, 거의 미쳐 날뛰는 남자에게 총에 맞아 버바는 죽는다. 이것은 자신들이 인정하지 않으면 총으로 쏴죽이면 그만이다라는 미국사회의 극단적인 사고방식을 그대로 재현한다. 이 영화는 얼마 전 타계한 말론 브랜도의 훌륭한 연기와 더불어 현대 미국사회의 현실을 예리하게 포착한 걸작이다. 그래서 지금 다시 이 영화를 보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류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