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알아가는 것만큼 즐거운 건 없다. <히스토리 오브 로큰롤>의 방대한 정보는 로큰롤의 역사책이 왜 필요하냐고 묻는 사람을 쑥스럽게 만든다. 변변한 로큰롤 개괄서조차 찾기 힘든 국내 상황이고 보면 그 가치 또한 크다. 단, 여기엔 ‘미국과 영국, 그중에서도 특히 미국 로큰롤의 역사’란 부제가 붙어야 한다. 로큰롤이 어디 미국에만 있겠냐만, 기록 속 이름과 사건을 보면서 로큰롤의 태동과 유유한 흐름 속에 그들의 위치를 새삼 느끼게 된다.
<히스토리 오브 로큰롤>은 1990년대 중반, 제프리 페이시의 지휘 아래 여덟명의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로서, 편당 60분 내외의 작품 열편이 다섯장의 DVD에 담겨 있다. 각 디스크는 ‘블루스나 R&B 같은 흑인 음악을 모태로 한 로큰롤의 탄생, 초기 로큰롤의 대중화에 이바지한 뮤지션들, 비틀스를 앞세운 영국 음악의 미국 침공, 영혼의 울림이 담긴 흑인 음악의 발전, 포크 음악과 저항의 메시지, 히피의 계절과 사이키델리 음악, 로큰롤의 상징인 전자기타의 영웅들, 1970년대 록의 르네상스, 런던과 뉴욕의 펑크와 반항아들, MTV와 얼터너티브 록 그리고 랩과 힙합으로 대변되는 80, 90년대’ 등의 주제별로 역사적 현장을 보여주는데, 여기엔 수많은 유명 음악인과의 인터뷰가 포함돼 있다. 시간 제약과 정신없는 진행에도 불구하고 시대와 음악과 산업에 대한 분석이 나름대로 알차다. 그리고 우린 주지사 시절 로널드 레이건의 체제수호성 연설장면과 포크팬의 야유 속에서 전자기타를 메고 노래를 부르던 밥 딜런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자유정신과 록과 사회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진실은 정말로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