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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담백한 사운드, <인어공주> O.S.T

<인어공주>는 박흥식 감독의 전작처럼 너무도 착하다. 때문에 식상하기도 하고 무난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는 감동이 있다. 그 이유는? 자잘한 웃음의 장치들,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 잔잔한 눈물로 양념친 멜로도 빼놓을 수 없지만 어쩌지 못하는 혈연의 다리를 통과하고 있는, 혹은 부조리한 개인사 속에 포획되어 있는 우리의 모습을 성찰시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치고 병든 아빠, 품위와는 거리가 먼, 악착스러운 엄마의 지긋지긋한 현실을 고통스레 부정하던 딸은, 젊은 부모의 순박한 과거 연애 시절을 목도한 뒤 이해와 화해의 장으로 가게 된다. 과거는 그렇게 현재를 긍정하고 미래로 이끄는 힘이 된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백 투 더 퓨처> 판타지는 스타일 자체의 완성도보다는 그를 통해 파생되는 의미가 중요하다. 그 연결고리에는 바다가 있다. 바다(혹은 물)는 대자연이자 모성의 상징이며 또한 삶과 죽음의 표상이다. 이 영화에서도 엄마의 생존터인 좁고 천박한(?) 목욕탕과 넓고 푸르른 대양은 곧 화해와 이해의 메타포가 된다.

영화음악 역시 바다와 엄마가 화두이다. 한국 영화 음악계의 정점 조성우의 관록은 그런 화두를 편안하게 요리했다. 눈에 띄는 곡은 메인 테마 〈My Mother Mermaid>일 것이다. 메인 테마는, 딸이 뉴질랜드로 도피를 상상하며 벽에 있던 청정해역 그림을 바라보자 어느덧 실제 바다로 전환되는 오프닝 타이틀신에서 흐른다. 이 곡은 왈츠풍 3박자 경쾌한 리듬에 아코디언과 하모니카의 아련하고 서정적인 음율로 구성되었는데 이 곡의 모티브 선율은 여러 버전으로 변주된다. 목가적인 느낌을 주는 〈Sea of Mother>를 비롯해 장난스러운 버전 <뻐쓰 개통식>에 이르기까지. 바다가 주제인 곡에는 <바다의 선율> 두곡이 있는데, 이 곡들은 인기 뉴에이지 아티스트 이루마의 피아노 연주곡으로 바다장면과 접속하며 단아하고 유유하게 흐른다.

사운드트랙의 또 한축으로는 엄마에게 보내는 메시지〈To Mother>가 있다. 해녀들이 유영하는 바닷속 풍경을 그리는 엔딩 타이틀신에 쓰였는데 영한혼용 가사로 맑고 순수한 어린이(안정아)의 목소리로 들린다. 다른 버전들도 실렸는데 다소 낮고 신비로운 보컬(이상은)의 버전, 투명하고 꾀꼬리 같은(?) 보컬(죠아리아)의 팝페라 버전이 더 실렸다. 이런 버전들은 때로 맥락을 흐리기도 하지만 웃음과 눈물을 자아내는 이 영화의 미덕은 영화음악의 컨셉과 정확하게 조우한다. 아코디언 베테랑 연주자 심성락이나 하모니카 연주자 이마데 히로시의 협연은 소박하면서도 따사로운 빛깔을 띤다. 물론 착한 영화, 담백한 사운드는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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