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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 석자엔 조상의 혼과 전통이, <족보>
이승훈( PD) 2004-08-12

임권택 감독 특별전③ <족보>

1978년 컬러 110분

감독 임권택

출연 주선태, 하명중, 한혜숙

EBS 8월15일(일) 밤 11시10분

제17회 대종상 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영화기자상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제8회 뮌헨영화제 출품 / 제11회 낭트영화제 출품

‘임권택 감독 특별전’으로 엮고 있는 8월의 세 번째 임권택 감독의 영화는 8·15 특집으로 준비한 <족보>다. <족보>는 일제 강점기 폭압적인 창씨개명에 자결로써 항거한 한 집안 종손의 이야기를 줄거리로 하고 있는데, 이 작품은 임권택 감독이 영화에 ‘눈을 뜨게 된’ 70년대 말의 대표적인 영화들 중 한편이다. 상업적 흥행이 최고의 미덕이 아닌가 싶은, 1970년대의 한국 영화계 분위기에서 흥행성과는 거리가 있는 다소 무거운 주제로 진지한 접근을 하여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족보>는 창씨개명을 둘러싼 주인공들의 심리와 행동묘사로써 식민지시대 지배민과 피지배민을 막론하고 양심적인 인간이 지녔던 휴머니즘적 시각을 영화 전편에 깔고 있는 것으로 관객의 눈길을 끈다.

8·15를 맞아 일제강점기의 민족 수난기에도 일제의 폭압적인 창씨개명 강요에 묵묵히 저항하며 조상이 물려준 이름과 전통을 지키려다 족보의 뒷장에 유서를 쓰고 자결하고 마는 한 촌로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 <족보>를 좀더 적극적으로 해석해보자. 1970년대 말 군사독재의 폭압 속에서, 인간의 고유한 가치인 인권과 양심을 지키고자 노력했던 민주화의 열망이 폭발하기 직전까지 달음박질쳐갔던 당시 상황에서 사회 구석구석에서 조금씩 움트면서 확산되어갔던 민주화 세력들처럼, 고뇌하는 예술혼들 역시 사회 한구석에서 싹트고 있었음을 방증하는 작품이 아닐까. 다른 예술 작품도 마찬가지이듯, 영화 역시 시대를 반영하는 것임을 이 영화 <족보>와 당시 임권택의 모습은 잘 보여주고 있다.

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