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자살소동>에서 자살을 기도했던 소녀는 의사의 질문에 ‘당신이 13살 소녀를 어떻게 알겠어요?’라고 되묻는다. 중년 남자의 표정을 보는 순간, 소피아 코폴라는 그의 머릿속이 궁금했던 걸까?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감독 소피아 코폴라와 배우 빌 머레이간의 속삭임 같은 영화이며, 두 사람은 어렵지 않게 영화 속 두 인물과 연결된다. 소녀 적부터 궁금했던 배우와의 작업에 행복해하는 감독이 그렇고, 각각 결혼에서 한번의 실패를 경험했던 것도 그렇다. 그녀의 영화는 지적이라기보다는 감성적인데, 별다른 사건이라곤 없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 매력을 느낀 사람은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아름다움 그리고 기분 좋을 만큼의 우울에 빠졌음에 틀림없다. 다만 <처녀자살소동>의 아름다움이 소녀들에게서 배어나왔던 것에 비해 그것을 대부분 잠과 술에 취한 두 주인공의 모습에서 찾아야 하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덤덤할지 모른다. 굳이 크리스 마르케의 <태양없이>를 기억하지 않더라도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가 ‘타 문화에서 길을 잃은’ 작품이며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거리가 멀다는 건 쉽게 파악된다. 이제 소피아 코폴라는(그녀의 작품이 그간 환대받은 이유이기도 한) 공허한 로키 스타일에서 벗어나, (영화 속에서 <달콤한 인생>을 그냥 보여준 것이 아니라면) 관객과의 좀더 의미있는 소통을 지향해야 할 때인 것 같다.
DVD의 탁하고 침침한 영상은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부록 중엔 30분 분량의 촬영 뒷이야기와 소피아 코폴라와 빌 머레이가 짝을 이뤄 대화한 게 볼 만하다. 그외 뮤직비디오, 삭제장면 등이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