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4년 4월21일. 영국의 한 소도시에서 인류역사상 가장 기괴하고 흉측한 외모의 인간이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존 토머스 메리크. 그러나 그는 엘리펀트맨으로 더 유명하다. 코끼리인간. 그러나 실제로 코끼리와 인간이 합체된다 해도 이보다 더 기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심각한 기형의 사생아로 태어나자마자 버려졌고 부모와 가족의 사랑은커녕 인간적인 대접이라고는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생물체였다. 사람들은 서커스 쇼에서 엘리펀트맨을 구경하면서 자신들의 정상(正常)을 확인하고, 안도하고, 우쭐했을 것이다. 기형의 인간에게 보내는 조롱과 경멸과 혐오와 약간의 동정심을 통해서 말이다. 죄없이 경멸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일종의 희생이다. 인간의 정신은 과연 외모 때문에 핍박을 받으면서 건강하게 버텨낼 수 있는가.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라면 극단의 기형의 육체에는 어떤 영혼이 깃드는가.
엘리펀트맨을 병원으로 데려와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런던 병원 의사 프레드릭 트레브즈는, 그가 경험한 엘리펀트맨에 대해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메리크는 마치 불을 지나왔으나 조금도 그을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의 고통은 오히려 그를 고귀하게 만들었다. 메리크는 점잖고 사랑스럽고 기분좋은 피조물이며 행복한 여인처럼 부드러워서 어떤 불평이나 비난의 흔적도 보이지 않으며 누구에게도 한탄을 하거나 불친절하게 대하는 일이 없었다. 그는 어른의 두뇌와 젊은이의 환상과 어린아이의 상상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가 병원에서 보호받으며 사람답게 살면서 집중한 일은 독서와 모형만들기였다. 더 많이 먹고, 더 좋은 옷을 원하고, 더 인간적인 대우를 원하기보다 책과 예술을 먼저 갈망하였다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성숙한 지성의 소유자였는지 짐작하게 한다. 그가 상상으로 만든 ‘성필립 성당’모형은, 그의 신체 중 유일하게 아름다운 그의 왼팔만큼이나 눈물겹게 아름답다. 자신의 몸을 전시하며 살아온 그는 사실 예술가였다.
그는 네 가지 소원이 있었는데, 가정집과 극장과 시골의 전원에 가보는 것, 그리고 보통 사람들처럼 누워서 자보는 것이었다. 그는 크고 무거운 머리 때문에 목이 꺾여 누워 잘 수가 없어 항상 웅크려 앉아서 자야 했다. 트레브즈 경의 도움으로 앞의 세 가지 소원을 이룬 행복한 엘리펀트맨은, 1890년 4월, 스스로 네 번째 소원- 보통 사람처럼 누워서 잠들기- 를 시도하며 영원히 잠들었다. 사인은 목뼈 탈구로 인한 즉사. 태어날 때부터 온통 조롱과 경멸과 혐오를 받는 데에 소진한 인간이 세상에 대해서 복수심과 원망과 한탄을 가지지 않고 사랑과 존경과 희생, 그리고 예술적 상상력을 유지하며 살았다면 우리는 그런 사람을 성자라고 부른다. 140년이나 지난 오늘날까지 그의 이야기가 연극으로, 영화로, 책으로 쓰여지고 있는 까닭이다.
글·그림 김형태/ 무규칙이종예술가 www.theg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