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ert Blue 1998년,
감독 모건 프리먼 출연 크리스티나 리치 장르 드라마
컬럼비아 허허실실
건조한 사막으로 변해버린 해변마을 벡스터. 100명도 채 살지 않는 이곳엔 그저 나른한 일상만이 흘러간다. 이처럼 작은 마을이 관광지도에라도
표기될 수 있었던 것은, 지금은 흉물처럼 낡아버린 세계 최대 규모의 아이스크림 조형물 때문이다. 한때 사람들은 대형 아이스크림 조형물을 만들며
이곳이 미국을 대표하는 관광 도시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꿈을 키웠다. 하지만 마을은 말라버린 사막의 샘처럼 오히려 퇴락을 거듭해오고 있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10대 아이들의 삶 역시 마찬가지다. 남다른 게 있다면 보안관 딸인 엘리는 폭탄 제조광이라는 점이고, 블루는 마을에 해상공원을
지으려다 의문사한 아버지의 꿈을 이어 사막 한가운데 수중 보트와 카누설비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런 마을에 드디어 사건이 발생한다.
값싼 마을주변의 땅을 매입해 들어선 거대기업의 소다공장으로 향하던 트럭이 마을에서 전복되면서, 트럭에 실려 있던 공장의 비밀원료가 유출된 것이다.
원료는 비릿한 냄새와 함께 마을에 퍼지고 원료에 노출된 운전사는 까닭없이 죽어버린다. 그러자 FBI가 투입되어 마을이 독성에 오염되었을지 모른다며
폐쇄조치를 내리고, 때마침 마을을 지나던 인류학 교수와 그의 딸 스카이마저 덩달아서 마을에 고립되고 만다.
영화가 이쯤 진행되면, 이야기는 이제 마을을 둘러싼 거대기업의 음모론적 의혹을 자극하며 뭔가 긴박해질 것만 같다. 탐욕스런 기업의 공장이 공업용수를
대기 위해 마을을 통과하던 물길을 막아버리고, 해상도시를 꿈꾸며 물길을 지켜내려 했던 블루의 아버지를 살해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혹의 단초들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오히려 그러한 ‘영화적 사건’의 범주를 의도적으로 빗겨간다. 좌절당한 아메리칸드림과 고루한 일상 속에 갇혀버린 마을
사람들에게 어느날 발생한 ‘죽음’에 관한 사건은 묘한 긴장감과 흥분을 자극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결국엔 아무것도 아닌 해프닝들로 마감되고 만다.
운전사는 그저 지병으로 죽은 것이고, 블루 아버지는 살해당한 것이 아니라 자살한 것이었다. 그래서 허탈해질지도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오히려
‘사건화’조차 되지 못하는 평범한 일상들을 엮어 영화적으로 낯설게 만드는 데서 매력이 발견된다. 이 영화의 감독 모건 프리먼(흑인배우 모건
프리먼 아님!)은 뉴욕 변두리에서 살아가는 일탈한 10대들을 다룬 데뷔작 <허리케인 스트리트>(Hurricane Streets)로
97년 선댄스영화제 최우수 감독상과 촬영상을 수상한 바 있는 신예. 그리고 이 영화 <데저트 블루>는 담담하면서도 관습적이지 않은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정지연|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