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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침략자인가?, <야만적 침략>
2004-07-22

<야만적 침략> Invasion of the Barbarians

2003년

감독 드니 아르캉

상영시간 99분

화면포맷 2.3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5.1 프랑스어

자막 영어

출시사 아티피셜 아이(영국)

4개월 간격으로 아티피셜 아이에서 드니 아르캉의 DVD 두편을 차례로 출시했다. 예고편만 달랑 들어 있던 <미제국의 몰락>과는 달리 <야만적 침략>은 중요한 부록인 오디오 인터뷰 2개를 수록했다. 여기서 감독은 암으로 죽은 조부모가 당한 고통을 상기하고 “내 목숨은 정부가 아닌 나에게 있다”며 안락사에 관한 감동적인 연설을 들려준다. 더불어 천국에 대한 확신없는 세상에서 죽어가는 한 남자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제작동기를 밝힌다. 감독에게 야만인이란 상대적 개념이다. 책 한권 읽지 않고 비디오 게임에 열중하는 아들 세바스찬은 역사라는 과거를 가르치는 아버지에겐 야만인이다. 하지만 그런 아들이 오늘날의 세상을 돈으로 지배한다. <미제국의 몰락>에서 방탕한 결혼생활을 즐겼던 레미를 생각하면 아버지의 이른 죽음은 사필귀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레미의 죽음만큼이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세바스찬의 삶이다. 그는 아버지에게 돈으로 천국을 사주고 있다. 하지만 관객은 세바스찬에게서 무한한 자본주의의 힘 혹은 야만적 침략을 보지 못하고 감동적인 효도만을 본다. 이 얼마나 끔찍한가?

마이클 무어가 <화씨 9/11>로 불을 지피고 있지만 켄 로치는 2년 전 이미 자신의 의사를 에서 분명히 했다. 미국이 배후로 있던 쿠데타 세력에 의해 칠레의 아옌데 대통령이 죽임을 당한 날이 73년 9월11일이다. 이후 칠레에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던가? 죽어가며 영화를 만든 몬테이로는 지난해 <오고, 가며>에서 부시의 사진 아래 거대한 성기를 세워놓는 것을 잊지 않았다. 드니 아르캉은 영화 속에서 죽어가는 레미로 하여금 마지막 역사강의를 허락한다. 유럽인이 아메리카 대륙을 자기네 땅이라 주장하며 죽인 원주민 수가 20만명에 이른다. 죽은 레미를 대신하여 물어보겠다. 누가 침략자인가? 이라크인가 아니면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자들인가?

조성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