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전쟁 중 한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을 다시 만나기 위해 탈주병의 길에 나선다. 상처를 입은 자가 마음의 고향을 찾아가는 여정은 오랜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닮았다. 원작자 찰스 프레지어의 증조부였다는 인만이 다시 살아난 듯, 간음한 목사와 방황하는 흑인의 무리, 돈 때문에 타락한 불한당과 여편네들 그리고 염소의 여인, 홀로 남은 아낙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분노한 신인 양 시민자위대가 그의 귀환을 방해한다. 그런데 영화 <콜드 마운틴>의 속도는 참 독특한 것이어서, 그 진행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영화가 사회와 심리적, 육체적으로 유리된 남자의 발걸음과 같이하기 때문이다. 혹시 그는 북군의 공격 때 이미 죽은 건 아닐까? 그래, 그는 그녀의 마음을 따라 길을 걷는 유령인지 모르며, 그를 기다리는 여인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그를 계속 부르며 인도하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녀가 거울 속에서 돌아오는 그를 보았을 때, 그의 뒤엔 이미 까마귀가 날고 있지 않았던가. 마음의 리듬과 영화의 박자 그리고 사랑의 멜로디가 결합된 <콜드 마운틴>은 거의 창조의 경지에 도달한 듯하다. DVD의 영상과 소리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지만, ‘삭제장면’만 겨우 수록했다는 점은 지적받아 마땅하다. 2장으로 출시된 해외 출시판의 수많은 부록은 영화의 주인공처럼 길을 잃고 헤매게 됐다. 그 부록이 집으로 찾아올 가능성 또한 요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