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의 젊은이들이 사랑과 평화의 계절을 보내던 1968년, 미국 독립의 탄생지인 펜실베이니아와 문화의 중심지인 뉴욕에서 만들어진 두편의 영화는 미국사회의 은밀한 공포를 드러냈다.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과 <악마의 씨>는 장르의 관습과 많이 떨어져 있었지만, 경계 너머 매혹의 공간과 전복을 같이 보여준 몇 안 되는 호러영화다.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은 저예산영화의 특성을 살려 지배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전복성을 유지해나갔다. 영화는 아버지에 대한 부정으로 시작하고, 이어 등장하는 아버지의 망령은 영화 전체에 그림자를 던진다. 가족의 해체와 신경쇠약에 빠진 백인은 스스로를 병자로 규정하게 되며, 공황상태에 빠진 체제는 행복했던 시절의 종말로 이어진다. 악몽의 밤에 벌어지는 카니발에는 정상성이라곤 찾을 수 없고, 조지 로메로는 이어 완성했던 ‘시체 삼부작’을 통해 미국이란 사회를 거대한 묘지로 계속해서 묘사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유효하다. 비록 제작진들은 DVD의 음성해설에서 영화의 정치적, 사회적 의도를 전부 긍정하진 않지만, 그 또한 무의식 속에 존재했던 비판과 반역의 이미지를 역으로 보여줄 따름이다.
감독과 배우 그리고 배우들이 가세한 두 가지 음성해설은 영화의 25주년을 맞아 1990년대 초에 행해졌던 것인데, 가족과 친구들이 똘똘 뭉쳐 영화를 만들던 1967년으로 돌아간 듯 시종일관 열기가 넘치고 즐겁다. 인터뷰와 많은 자료 모음 등은 제작환경을 감안할 때 나름대로 알찬 편이며, 그외 국내 호러전문가 김종철, 김송호, 김봉석의 음성해설과 패러디영화 <살아 있는 빵들의 밤>도 흥미로운 부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