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컬러 95분
감독 이두용 출연 남궁원, 김윤미, 전양자
EBS 7월25일(일) 밤 11시10분
이두용 감독의 <귀화산장>은 공포영화적 요소를 지닌 스릴러영화라고 할 수 있다. 액션영화와 <물레야 물레야> 등의 예술영화 스타일의 작품들을 주로 만들어온 이두용 감독의 영화연보에서는 다소 예외적인 장르의 작품인 <귀화산장>은 스릴러영화의 다양한 특징들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에선 예를 들어 이발소에서 사용하던 면도칼, 밤중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 등을 통해 점차 공포를 몰아가는 장치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죽은 여자가 등장해도 영화가 전개되는 일정 시점까지는 그 여자가 귀신인지 산 사람인지 애매모호하게 처리하여 공포감을 더욱 유발시키기도 한다. 죽은 여자가 귀신이 되어 다시 나타나지만 결국에는 죽지 않았거나, 죽었지만 그녀의 숨겨진 어머니와 자매라는 사실이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 밝혀지는 것 등이 그러하다.
<귀화산장>은 지난 7월 초에 방영한 이만희 감독의 <마의 계단>과 내용이나 분위기가 닮았다. 병원을 배경으로 하고 경제적 배경이 있는 아내와 간호사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아내를 택하고 간호사를 버리는 의사, 그리고 복수하는 간호사라는 설정 등이 <마의 계단>과 유사해 리메이크작처럼 보인다. 하지만 <귀화산장>은 박철민 작가가 쓴 오리지널 창작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원작자 박철민은 1967년 박윤교 감독의 <백발의 처녀>라는 작품으로 영화 시나리오 데뷔를 했는데, 이 작품 <귀화산장>의 원안 역시 <백발의 처녀>이다. 영화 <백발의 처녀>는 개봉 당시 비교적 흥행에 성공했는데, 이후에도 거의 같은 이야기로 박철민 시나리오, 박윤교 연출의 <마의 침실>(1970)이라는 영화로 리메이크 된다. 그리고 이두용 감독의 <귀화산장>으로 두번 리메이크된 것이다(<마의 침실>에서는 공포의 대상이 죽은 여자가 아니라 그녀의 숨겨놓은 혹부리 어머니라는 식으로 조금씩 변형된다고 한다).
<마의 계단> <백발의 처녀> <마의 침실> <귀화산장> 등은 모두 병원, 의사, 간호사, 2층 계단, 우물, 연못 등을 등장시켜 영화 속 공간과 인물이 주는 공포스러운 이미지와 분위기를 유발하는 공포스릴러영화의 문법을 따르고 있다.
끝으로, 사족 한마디. 한달간 진행된 EBS의 ‘납량특집-한국 공포영화의 계보 찾기’ 마지막편 <귀화산장>까지의 7월 한달이 한국 고전영화 팬들에게 시원하고 의미있는 시간들이었길 바란다. 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