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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 고뇌가 살아 있는 서부극 <실버라도>

Silverado 1985년

감독 로렌스 캐스단 출연 케빈 클라인

<EBS> 7월25일(일) 오후 2시

미국 서부극이 진화하는 양상은 흥미롭다. 서부극의 정점이 1930년대에서 50년대까지 걸친 존 포드 감독의 영화에서 발견되는 것을 부인하기란 어렵다. 그럼에도 이후 서부극은 새로운 액션이나 반영웅의 탄생, 그리고 다른 장르와의 접합 등 다양한 변주를 계속했다. <실버라도> 역시 다르지 않다. 이전 서부극 영화보다 촘촘한 이야기의 짜임새, 그리고 흑인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것도 이색적이다. <실버라도>는 영화 <보디 히트>를 만든 로렌스 캐스단 감독의 1985년작이다.

총을 잘 다루는 에메트는 우연히 속옷 바람으로 사막에 버려진 페이동을 만나게 된다. 야숙으로 밤을 보낸 두 사람은 다른 곳으로 향했지만 거기서 페이동의 한때 무법자의 동료 리더였던 컵과 만난다. 컵은 페이동에게 일을 제의하지만 뜻이 맞지를 않고 에메트의 누나가 사는 실버라도로 동행하게 된다. 마을에 들른 두 사람은 에메트의 남동생 제이크가 교수형 직전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페이동의 도움으로 남동생을 탈옥시켜 3명이 도망가는데 이들을 흑인 맬이 도와 세명에 합류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실버라도에 도착한 이들은 각기 이주를 계획하지만 이들의 앞길엔 목장주와의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실버라도>에서는 의외로 액션장면이 전반부에 많지 않다. 인물들이 길에서 서로 마주치고 동행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당연하게도, 영화는 드라마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인물들 심리에 주목하고 또한 그들의 인간적 고뇌를 부각하는 것도 영화의 특징이라고 할 만하다. 게다가 진취적인 여성의 등장, 철학적 언어를 구사하는 바텐더, 서부극에서 소외되었던 흑인의 등장 등 영화에선 개성적인 캐릭터들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젊은 시절의 케빈 코스트너는 천방지축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제이크 역할을 맡았고 이외에도 대니 글로버, 케빈 클라인, 로잔나 아퀘트 등이 출연하고 있다. <실버라도>의 진면목은 후반부에서 드러난다. 인물들은 의기투합해 총을 꺼내들고 멋진 총솜씨를 보여준다. 이전까지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던 영화가 비로소 생기를 얻는 대목이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문제, 서부 사나이들의 자긍심 등 영화의 주제가 좀더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것도 이 대목에 가서 가능해진다. <실버라도>는 현대적으로 변형된 서부극이기는 하지만 결국 총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장르 관성에는 충실하고 있는 것이다.

로렌스 캐스단 감독은 장르영화에 능통한 연출자이다. 필름누아르 스타일로 만든 <보디 히트>는 평단의 호평을 얻었고 그의 대표작이 됐다. 이후 <바람둥이 길들이기>(1990)와 <프렌치 키스>(1996)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실버라도>는 캐스단 감독의 대표작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이후 그가 만든 <그랜드 캐년>(1991)식 구성, 그러니까 다양한 캐릭터들을 통해 복잡미묘한 삶의 단면을 파헤치려는 의도는 높이 사줄 만한 범작이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