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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놀라워라, 강렬하고 지독한 블록버스터
이교동 2004-07-16

<특전 유보트 완전판> Das Boot-the Original Uncut Version

1981년

감독 볼프강 페터슨

출연 위르겐 프로흐노프, 헤르베르트 그뢰네마이어, 클라우스 베네만

상영시간 293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컬러

음성포맷 독일어, 영어 DD5.1, 독일어, 영어 DD 2.0 서라운드

부록 제작과정

출시사 콜럼비아트라이스타홈비디오(미국)

현재 할리우드에서 상업감독으로 성가를 높이고 있는 독일 출신의 감독 볼프강 페터슨의 1981년작 <특전 유보트>는 독일인의 시각에서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솔직하게 그려낸 반전영화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물론 조너선 로젠봄처럼 이 영화의 반전성의 의도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평론가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영화산업적 측면에서 <특전 유보트>를 회고해보면 바다 속 잠수함 전투장면을 실제의 상황보다도 몇배 더 실감나고, 긴장감 있고, 어쩌면 현실의 경험보다 더욱 강렬하고 지독하게 표현/모사해낸 극사실주의적 연출이 오늘날 컴퓨터그래픽에 기반한 정교한 극사실적 블록버스터영화의 선구적인 존재였을 뿐 아니라 현대 상업감독들에게 지속적인 영화적 영감의 근원이 되었다는 점 또한 부정하기 힘들다.

원래 <특전 유보트>는 텔레비전 상영을 위한 5부작으로 기획된 미니시리즈였으나, 작품의 완성도에 따라 2시간30분가량으로 재편집되어 극장용 영화로 상영된, 나름대로 독특한 사연을 가진 작품이다. 작품의 지속적인 인기에 힘입어 1997년에 감독판으로 3시간30분 버전이 발표되었고, 그 버전의 AV적인 우수함 때문에 초기 DVD 시장에서부터 준레퍼런스급의 타이틀로 대접받아왔고, 심지어는 20여년 전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슈퍼비트 에디션으로 출시되어 전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누린 바 있다.

이번에 북미에서 출시된 완전판은 작품의 인기를 그대로 이어가려는 듯 5부작 텔레비전 시리즈를 2장의 DVD로 담아 출시한 버전이다. 무려 5시간에 걸친 완전판은 감독판에서 보여준 극사실적인 전투 세계의 아비규환을 좀더 유연하고 뚜렷한 스토리라인으로 마무리짓고 있지만, 원작이 텔레비전 시리즈인 만큼 내러티브의 전개방식이 극영화의 리듬과는 달리 구성되어 있는 점이 극장용 버전과의 비교 시청을 더욱 재미있게 한다. 아나모픽으로 처리된 화면은 감독판 슈퍼비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평균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고, 5.1 채널로 새로 마스터링된 사운드도 제작사의 열의를 느끼게 해준다. 부록으로는 제작과정만이 들어 있을 뿐이지만, 5시간 동안 몸이 녹초가 되도록 감상한 사람에겐 이 정도의 부록도 벅차게 느껴진다.

사실 <특전 유보트> 극장판은 우리나라 영화팬들에게는 1980년대 후반에 텔레비전에서 아무 예고도 없이 기습적으로 일주일 동안 방영했던(방송사고에 가까운) 사건으로 더욱 기억이 새로운 작품이다. 지금도 인터넷 게시판에 그때의 기억을 잊지 못하는 회고담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작품 자체의 기운이 당시에 얼마나 강렬했는지를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그때 사고를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는 팬의 입장에서 국내 출시를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이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