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한 지 10여년이 지난 마흔 나이의 감독이 풋풋한 감성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작품에는 변하지 않는 맥이 있다. 근작 <웨이킹 라이프>는 장편 데뷔작 <슬래커>에 상큼하면서도 우아한 철학옷을 입혀놓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두 번째 작품 <라스트 스쿨 데이>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나옴직한 영화를 만들었다. 바로 <스쿨 오브 락>이다. <스쿨 오브 락>은 그로선 비교적 큰 규모의 프로젝트였지만 여전히 사랑스러운 소품이다. <스쿨 오브 락>의 주인공은 남의 눈치엔 관심없고, 자기가 즐거워하는 음악에만 미쳐 있는 사람이자 아이들의 왕이며, 주연을 맡은 잭 블랙은 연기에 대한 예의라곤 없어 보인다. 록의 반항정신이 유쾌함과 함께하는 것이라면, <스쿨 오브 락>은 그것의 가장 적확한 예라 하겠다. 영화의 웃음은 종종 대책없음에 이르지만 즐거움엔 규칙이 없는 법. <스쿨 오브 락>은 꿈 잃은 어른을 위한 청량제이자, 정녕 2000년대 루저에 의한, 루저를 위한, 루저의 영화다. 만약 레드 제플린, 딥 퍼플, 블랙 사바스부터 모터헤드, AC/DC까지 미쳐본 경험이 있다면 최상의 시간이 될 것이고, 스티비 닉스마저 좋아했다면 금상첨화다.
음성해설이 두 가지다. 감독과 잭 블랙의 음성해설은 물론 꼬마 배우들이 집단으로 진행한 것도 정신없기는 매한가지. 웃음과 한숨, 수다와 박수가 함께하니 영화만큼 흥겹다. 그외에 제작과정, 토론토영화제 참관기, 잭 블랙의 하루 등의 부록을 잘 보면 짐 오루크처럼 보고 싶었던 뮤지션, 잭 블랙과 함께 그룹 ‘테네시어스 디’를 결성한 카일 개스의 모습 등이 포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