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다시 축구가 왔다. 유로2004는 월드컵 때처럼 축구팬들의 잠을 쫓았다. 애국 축구의 부담이 없이 축구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어 월드컵보다 오히려 즐기기엔 더 좋다. 군대만큼 축구를 싫어하는 나도 수준 높은 경기에는 감탄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축구를 좋아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많은 사람들이 축구는 경기장에 직접 나가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점과 선으로 연결된 22명의 구조가 조였다 풀렸다 하는 율동의 긴장미는 높은 관람석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TV로 보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는 있다. 클로즈업이 있기 때문에 선수들의 생생한 표정을 볼 수 있지 않은가. 느린 화면으로 다시 볼 수도 있고 말이다. 기왕에 가까이서 보려면 선수들의 순간의 표정을 엿보는 것은 어떨까. ‘못난이 축구선수’ 사이트에는 세계의 축구선수를 오로지 얼굴로만 평가한다. 어쩌다 카메라에 잡힌 선수들의 땡칠이 같은 표정만 따로 모아놓고 못난이점수까지 매기면서 킬킬대고 있다. 못생긴 축구선수들을 모아서 베스트 어글리 일레븐을 만들고, 못생긴 팬들, 못생긴 감독, 못생긴 심판까지 한데 모아놓았다. 대머리로 유명한 심판 콜리나는 아예 ‘맨 인 블랙’이라며 저희들끼리 난리다.
그렇지만 이들의 놀이는 유쾌하다. 국적과 승부를 떠나서 축구 자체를 즐기지 않고서는 이렇게 놀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축구가 아니고 그 어떤 스포츠가 이처럼 세계적으로 즐거울까. 뭐든 축구처럼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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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인터뷰 전문웹진 <퍼슨웹>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