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라이더> 3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Easy Rider
1969년
감독 데니스 호퍼
상영시간 95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5.1
자막 한글, 영어, 중국어
출시사 콜럼비아(1장)
1969년에 제작되었지만 1999년 한국에서 극장개봉을 했던 <이지 라이더>는 그 시간의 간극만큼 우리에게는 낯선 매혹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1960년대 미국 히피세대의 세계관을 간직하고 있는 이 영화는, 빌리와 와이어트라는 이름을 가진 두 젊은이가 말을 타는 대신 할리 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을 타고 로스앤젤리스에서 뉴올리언스까지 여행하는 과정을 뒤따라간다. 그 배경에는 수많은 록의 명곡들이 깔린다. 와일드하게 태어난(‘Born to be wild’) 그들은 단순한 마약을 파는 범죄자가 아니라 자유를 찾아 떠나는 아나키스트들이다. 적어도 그 시대에는 그렇게 받아들여졌다. 그렇지 않다면 이 영화의 경이적인 흥행 성공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 영화의 제작자이자 감독인 두 주연배우, 피터 폰다와 데니스 호퍼의 연기는 그리 신통치 않다. 그러나 술 취한 변호사로 잠깐 나오는 잭 니콜슨은 그가 왜 명배우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예고한다. 이 변호사는 시골사람들의 폭력에 의해 살해된다. 빌리와 와이어트는 히치하이커의 인도에 따라 히피들이 집단생활을 하는 코뮌에 도착한다. 그러나 그것은 엄격한 의미의 아나키 공동체는 아니고 개방적인 히피들의 집단에 불과하다. 그곳의 여성들은 성적인 욕망을 발산하는 존재들로 묘사된다. 이것은 데니스 호퍼와 피터 폰다가 히피 정신에 대한 깊은 성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힘들게 한다.
그래도 그들은 ‘자유’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했다. 잭 니콜슨이 연기하는 조지 핸슨 변호사의 입을 통해 자유에 대한 명대사가 흘러나온다. 그래서 이 영화가 아나키스트적인 자유를 추구하는 정신을 가진 작품이라는 평가는 가능해 보인다. 빌리와 와이어트는 창녀들과 함께 퍼레이드 행렬에 끼어든다. 그들의 섹스장면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는 편집으로, 이 영화가 실험영화와 어떤 식으로든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다시 길을 떠나고 길 위에서 농부들이 이유없이 쏜 총탄에 의해 그들은 목숨을 잃는다. 이 엔딩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보다 더 미국의 폭력성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예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류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