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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린치식 순수영화, <스트레이트 스토리>

<스트레이트 스토리> The Straight Story

1999년

감독 데이비드 린치

상영시간 112분

화면포맷 2.3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5.1 영어

자막 한글, 영어

출시사 이지컴퍼니

요란스럽던 세기말에 데이비드 린치가 발표한 작품은 차라리 소박한 것이었다. 힘없는 노인이 구만리 떨어진 곳의 형제를 찾아, 잔디깎이를 몰고 6주간의 길을 떠난다. 탈 것 많은 미국에서, 그리고 휴대폰이 널린 이 시대에 이게 무슨 소린가. ‘세상은 이상한 곳이야’라는 그간 데이비드 린치 영화의 주제와 달리 <스트레이트 스토리>엔 평범한 세상과 인물이 있을 뿐이다.

<스트레이트 스토리>는 ‘순수영화’(Pure Cinema)이다. 그러나 히치콕 영화처럼 시각적 테크닉과 영상의 힘이 드러나는, 가장 영화적인 영화와 비교할 필요는 없다. 말하자면 <스트레이트 스토리>는 데이비드 린치식 순수영화다. <스트레이트 스토리>의 가장 중요한 순간- 길을 떠나기로 결심하는 노인, 회한과 속죄의 여정, 가슴 두근거리는 고향길, 마주한 두 형제- 은 천둥과 번개, 별, 아득히 뻗은 벌판, 그리고 길과 함께 보여질 뿐 그 어떤 설명이나 대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우린 잊고 지냈던 무성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스트레이트 스토리>는 영화만이 표현할 수 있는 순간을 창조해낸 영화다. 그리고 <스트레이트 스토리>는 막스 형제 영화의 스턴트 배우로 시작해, 예순이 지나서야 영화 크레딧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리처드 판스워드의 눈물어린 고별사와 같다. ‘스트레이트’는 영화의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인데, 실제로 영화가 솔직담백하게 뽑힌 데는 주연을 맡은 그의 그윽한 눈길과 연기의 몫이 컸다. 실제 인물인 앨빈 스트레이트와 같은 해에 태어나, 다시 4년 간격으로 운명을 달리한 두 사람의 인연 또한 깊다.

데이비드 린치는 직접 제작한 DVD를 자신이 만든 홈페이지에서만 판매하는 괴짜이기도 하지만, 판권을 타인이 소유한 작품일 경우 영화감상을 위해 DVD의 챕터 구분을 막는 순수주의자이기도 하다(국내 출시판도 영어 메뉴를 선택할 경우 챕터 구분 없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하늘과 벌판과 햇살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영상과 안젤로 바달라멘티의 어쿠스틱 사운드가 사랑스러운 DVD다. O.S.T를 따로 수록한 것을 제외하면, 데이비드 린치 영화의 DVD가 대부분 그랬듯 별다른 부록은 없다. 소리가 커도 이웃에게 방해가 안 될 작품이다. 볼륨을 한껏 올리고 봤으면 좋겠다. 이용철

<스트레이트 스토리>를 무조건 선택한다. 뒤늦은 개봉과 DVD 출시와 상관없이 더없이 사랑스럽다.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도 놓칠 수 없다. 생명과 성에 관해 현재 가장 앞선 영화를 만드는 인물은 칠순 노인, 이마무라 쇼헤이다. 하긴 그 주제로 40년 넘게 작품활동을 펼쳐온 그다.

2000년 아카데미와 안시를 휩쓸었던 알렉산더 페트로프의 단편 애니 <노인과 바다>가 발매되었다. 헤밍웨이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러시아의 알렉산더 페트로프가 페인트 온 더 글라스 방식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일본 발매 DVD로 처음 접했을 때 프로젝터 스크린을 캔버스처럼 변화시키는 영상에 압도됐던 기억이 난다. 물감냄새마저 나는 듯한 일본판의 대단한 화질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영어더빙을 담은 국내판은 놓치기 아깝다. 경제사정으로 히치콕 컬렉션을 소장하지 못한 분들에겐 히치콕 타이틀 할인행사가 소장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정치적 불순을 제외한다면 AV적으로 높은 퀄리티를 보여줬던 <영웅>이 3장짜리 UE으로 발매된다. 이번주 선택은 파웰 & 프레스버거 컬렉션이다. 이번주뿐 아니라 올 상반기의 선택이 될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DVD 업계가 불황이다. 그런 와중에 <어린 신부> 한정판은 놀라울 정도의 인기몰이를 하면서 제작사마저 놀라게 했다. 한달이나 두달 정도 시간을 예상했는데, 단 며칠 만에 동이 나버렸다는 <어린 신부> 한정판의 저력! 타이틀 구매를 한 사람도, 제작사도 이번 열기에 대해서 하나의 이유를 꼽는다. 문근영의 매력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영화 완성도가 뒷받침이 돼야 타이틀이 나간다는 얘기가 무색해졌다. 여하튼 불황의 DVD 업계에서 모처럼 활기찬 사건이다. 카지노 무비의 1등 공신 <도신>은 다시 봐도 마냥 즐거운 영화이며, <불가사리4>는 시리즈 전부 한번도 실망을 주지 않고 있다. 이번주 나의 선택은 <정글은 언제나 하레와 구우>이다. 이것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