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밴드 ‘해피 먼데이즈’가 ‘약 먹으면 짜릿하지만 배도 아픈걸’이라며 그들의 마약 인생을 스스로 풍자하던 때, 구스 반 산트는 마약쟁이를 위한 애가를 준비해두었다. 매일의 삶은 물론 조그마한 일조차 마주하기 힘든 마약중독자는 소외되고 내몰린 자들을 대표하는 이름이다. 한 마약중독자와 친구들의 이야기인 <드럭스토어 카우보이>에서 응급실에 실려가는 남자는 짧았던 과거를 회상한다. <드럭스토어 카우보이>부터 <엘리펀트>에 이르기까지 구스 반 산트의 작품은 대부분 그랬다. 그의 작품 밑바닥에 흐르는 패배적 정서는 달콤씁쓸한 향수를 자아낸다. 그러나 거기엔 섣부른 묘사나 끼어들기보다 상처와 슬픔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대하려는 감독의 마음이 있다. 결국 느껴지는 건 삶의 아름다움에 대한 애착과 애환이다. 구스 반 산트의 로드무비 속 주인공은 언제나 느릿느릿 움직인다. 그러나 거대한 코끼리의 느린 움직임이 큰힘을 발휘하듯, 그의 영화는 엄청난 감정의 출렁임을 불러일으킨다. 맷 딜런을 포함한 배우들의 연기도 좋지만, 인상적인 건 <네이키드 런치>를 통해 환각에 빠진 자의 악몽을 제공했던 윌리엄 S. 버로스의 모습이다. 죽음의 냄새와 삶의 허무, 안타까운 순간을 증언하는 퀭한 얼굴과 웅변적인 목소리는 그 자체로 <드럭스토어 카우보이>의 얼굴이 된다.
<드럭스토어 카우보이> DVD를 본다는 것은 근 20년 내에 등장했던 가장 중요한 로드무비와 인디 감독과의 재회를 의미한다. 만족스러운 AV나 별다른 부록 같은 건 다른 DVD에서 구하도록 하자. 여기선 영화와의 만남, 그 마음만을 준비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