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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에로티시즘 사이, 해머 호러의 진수, <해머 호러 컬렉션>
이교동 2004-06-11

<해머 호러 컬렉션> Hammer Horror Collection

1957∼70년

감독 테렌스 피셔, 제임스 버나드

상영시간 540분(6 디스크)

화면포맷 1.85:1, 2.3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2.0 영어

자막 워너홈비디오(미국)

출시사 예고편 외

1935년 영국에서 설립된 해머스튜디오는 영화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영화제작사 중 하나이다. 1980년대 재정난으로 텔레비전 시리즈를 제작하는 처지로 강등되기 전까지 해머스튜디오의 작품들은 오직 공포, SF, 범죄, 모험 등의 B급 장르영화에 충실해왔으며, 그 장르만의 고집을 “해머 스타일”로 불릴 수 있는 독특한 영화적 스타일과 저예산의 제작 방식으로 풀어냄으로써 세월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많은 컬트적인 추종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피터 쿠싱과 크리스토퍼 리라는 걸출한 호러 배우와의 지속적인 공동작업으로 이루어낸 해머 특유의 고딕 공포영화의 아우라는 1930년대 유니버설 공포영화를 뛰어넘는 또 다른 호러 전통의 탄생이라 할 만큼 독특한 문화사적, 영화사적 위치를 점유하고 있기도 하다. 50∼60년대 서구사회 변혁의 메타포가 녹아 있는 해머의 드라큘라와 프랑켄슈타인은 고전적인 텍스트가 공포영화 장르의 관습과 사회변혁의 맥락에서 어떻게 발현되고 관계맺으며 재해석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해답을 우리에게 제시해주고 있다.

현재 권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해머 작품 중에서 워너브러더스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중에서 비교적 양질의 해머 작품 10여편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고 있는데, 이번에 출시된 해머 컬렉션은 이중에서도 완성도 높은 작품만을 엄선해 묶은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의 저주>(The Curse of Frankenstein), <미이라>(The Mummy), <드라큘라>(Horror of Dracula)(이중 <프랑켄슈타인의 저주>는 국내 출시되어 있다)는 기존에 출시된 개별 타이틀을 묶은 것으로 모두 1950년대 말의 중기 해머스튜디오를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은 동명의 1930년대 유니버설 공포영화의 리메이크로 기존 공포영화의 스토리라인과 양식이 해머스튜디오 특유의 스타일로 형성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관 속에서 나온 드라큘라>(Dracula Has Risen from the Grave), <프랑켄슈타인은 파괴되어야 한다>(Frankenstein Must Be Destroyed) <드라큘라의 피>(Taste the Blood of Dracula) 등 세 작품은 이번에 새로 출시된 작품들로서, 1960년대 말 해머 공포영화 최전성기의 실력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특히 <관 속에서 나온 드라큘라>와 <드라큘라의 피>는 우리나라 올드팬의 뇌리 속에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작품으로, 해머 특유의 공포감과 에로티시즘 사이의 가늘고 위험한 경계선에 대한 탐미적 고찰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이번 해머 컬렉션은 최상의 화질로 트랜스퍼되었을 뿐 아니라 기존 낱장 버전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되어 해머 마니아뿐 아니라 누구라도 해머 전설과 명성과 실체를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해머 스튜디오의 전성기였던 1950년대와 60년대 두 시기로 구분하여 작품을 비교 감상해 보면 좋을 듯싶다.

이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