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흑백 108분
연출 이강천 출연 노경희, 이예춘, 김진규, 허장강
제1회 금룡상 감독부문 수상
6월13일(일) 밤 11시10분1950년대 만들어졌던 한국영화 중에서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영화는 몇편 되지 않는다. 아마 1950년대 영화들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한형모 감독의 1957년작 <자유부인>이 아닐까 하는데, 지금 얘기할 <피아골>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1950년대를 대표하는 작품이리라.
<남부군> <태백산맥> 등 빨치산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1990년대 들어오면서 많이 만들어질 정도로 ‘빨치산’ 같은 소재는 반공이 국시였던 한국사회에서는 터부의 목록에서 상위에 올려지는 소재였다. 따라서 한국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빨치산’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만들어졌다면 당연히 그 주제는 극단적인 반공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게다. 영화 <피아골>도 ‘반공’을 테마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반공영화(!)’는 당시 용공성 시비에 휘말려 결국 마지막 장면이 수정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주인공인 빨치산 여대원 노경희가 어딘가를 향해 모래밭을 걸어가는 것으로 끝나는 마지막 장면을 두고 그 모습이 귀순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시 산으로 돌아가는 것인지를 놓고 검열에서 시비가 붙었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 장면에 태극기를 오버랩시키는 의도하지 않았던 엉뚱한 표현으로 바꾸어야 했다고 한다.
1950년대 빨치산을 소재로, 반공을 주제로 한 영화 <피아골>은 그럼에도 빨치산들의 인간적인 갈등과 고뇌를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한 뛰어난 리얼리즘 작품이다. 또한, 1960년대를 풍미했던 김진규, 허장강, 이예춘 등 명배우들의 데뷔 초기 모습을 확인할 수도 있는 작품이다. 또 한 가지, 이번에 방영하는 필름은 그간 여느 TV에서 봐왔던 90분짜리 버전이 아닌 18분가량을 새로이 복원한 EBS 버전이다. 절대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
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