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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신비로운 ‘블루’, <더 블루스: 소울 오브 맨> OST

블루스는 19세기 말 미국 남부 흑인들의 불안과 절망의 산물이었다. 노예해방 이후 명목상의 해방을 누린 흑인 첫 세대는 그때까지 노예상태로 살던 흑인들보다도 훨씬 더 위험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는데, 블루스의 ‘블루’, 즉 우울하고 슬픈 측면은 바로 그런 흑인들로부터 나왔다. 블루스는 떠돌이의 노래이다. 그런데 미국 남부 떠돌이 흑인들의 지역적이고 개인적인 슬픔을 노래하던 블루스가 로큰롤의 옷을 입고 전세계를 돌아 이제는 전세계 대중음악 문법의 기본으로 자리잡았다. 20세기에 태어난 어떤 예술 장르도 블루스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산 적이 없다. 블루스의 여행은 글자 그대로 모험이다.

미국의 교육방송쯤 되는 PBS는 돈은 안 되지만 대중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보내는 방송으로 유명하다. PBS는 재즈 시리즈가 마감되고 재즈의 기층에 있는, 어쩌면 미국 팝의 모든 장르의 기층에 있는 토대인 ‘블루스’의 다큐멘터리를 기획하면서 그 제작 총지휘를 마틴 스코시즈에게 맡긴다. 스코시즈는 다시 이 기획을 자신을 포함한 7명의 감독에게 나누어준다. 감독들은 각자 자기 식대로 블루스에 접근하면 되는데, 이 옴니버스 다큐멘터리의 한 꼭지가 바로 빔 벤더스의 <더 블루스: 소울 오브 맨>이다.

빔 벤더스의 미국 언더그라운드 음악(넓게는 문화)에 대한 사랑과 폭넓은 이해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그는 <파리, 텍사스>에서 블루스 기타리스트인 라이 쿠더에게 영화음악을 맡겨 인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 바 있다. 그는 이 영화에서 블루스를 길의 삶과 잇대었다. 길의 것들, 주류문화 바깥의 것들에 대한 그의 애착은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에서도 잘 드러난다.

빔 벤더스는 이번 작품에서 블라인드 윌리 존슨(Blind Willie Johnson·1902∼47), 스킵 제임스(Skip James·1902∼69), 그리고 J. B. 르누아르(J. B. Lenoir·1929∼67)라는 세 사람의 블루스 명인들의 삶과 음악을 추적하고 있다. 이들의 오래된 녹음들을 들려주면서 거기에 마크 리봇, 닉 케이브, 루 리드, 존 스펜서 블루스 익스플로젼, 보니 레이트, 벡, 이글 아이 체리 등 기라성 같은 요즘 명인들이 그들의 곡을 리메이크한 노래와 연주 또한 들려준다. 대부분이 백인들인 이들 ‘요즘 명인들’의 연주는, 그들의 노래 바탕에 블루스가 기본 텍스트로 작용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작품은 빔 벤더스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창 노릇을 하기도 한다. 그는 실제로 젊은 시절 존 메이올의 ‘블루스 브레이커스’의 노래 속에 등장하는 J. B. 르누아르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에 이끌려 직접 르누아르가 누구인가 추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 과정에서 만난 스웨덴 출신의 미국인들이 직접 찍은 J. B. 르누아르의 생생한 생전 모습을 이 작품에 삽입하고 있다. 우주, 지구, 그리고 블루스. 머나먼 우주를 배경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블루스를 너무 신비화시키는 감이 없지 않다. 늘 순진함을 넘어서는 전략이 있을 수 없음을 보여주는 빔 벤더스는 이번 다큐멘터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약간 나이브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블루스의 소박한 힘을 드러내는 데는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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