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흑백 110분
감독 신상옥 출연 최은희, 김진규, 전영선, 남궁원
EBS 6월6일(일) 밤 11시10분
제12회 베를린영화제 아동특별연기상
“이 한편의 영화를 조국과 민족을 위해 생명을 바친 모든 전몰장병과 상이용사 그리고 그 유가족 앞에 삼가 바친다.”
현충일 특집으로 마련한 신상옥 감독의 <이 생명 다하도록> 첫 화면에 쓰여진 글귀는 한국전쟁 휴전 7년 만인 1960년에도 당시 한국인들에게 전쟁은 생생한 현실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포탄의 파편을 맞고 하반신 불구가 된 김진규와 그의 부인 최은희는 피난지 대구에서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당시 사회의 강박증을 지닌 인간군상을 잘 연기한다. 젊고 다정한 남자에게 끌리는 본능적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다가도 불구가 된 남편의 환청을 들으며 감정을 억눌러야 하는 여자, 살기 위해 양공주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여자, 성생활은 없고 사는 문제밖에 남지 않은 전쟁미망인, 정부나 사회에 기대기보다는 다같이 힘을 합쳐 살아나가는 것만이 전쟁 뒤 사회를 재건할 수 있다고 절규하는 불구가 된 가부장, 어린 딸을 잃은 뒤 야속한 신을 원망하면서도 살기 위해 다시 떨쳐일어나야만 하는 부부 등 당시 우리 부모세대의 모습을 이 작품은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마지막 장면, “이 생명 다하도록, 이 생명 다하도록 또 살아봅시다”를 두손 맞잡고 외치며 구름 사이 빛을 가리키는 두 부부의 모습은 힘들고 괴로운 전쟁의 상처를 잊고 새로운 사회의 재건을 위해 나서야 하는 당시 세대의 시대정신이었으리라.
방송작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한운사의 시나리오 데뷔작인 이 작품은 <석가모니> <호국팔만대장경> 등의 장일호 감독이 조감독으로 참여했으며,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옥희 전영선이 김진규, 최은희 부부의 딸로 등장하여 당시 베를린영화제에서 아동특별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깜찍한 전영선의 연기가 절정을 이루는 장면은 특히 놓치지 마시길.
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