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어메리칸> DVD는 블록버스터영화의 호사스러운 것들에 비하면 보잘것없지만, 제작진의 정성이 여기저기 묻어난다. 먼저 들어볼 건 음성해설이다. 필립 노이스는 본인과 소설, 베트남과의 오랜 인연, 도미노이론 교육을 받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마이클 케인은 한국전에 참전할 즈음 처음 알게 된 베트남, 원작자 그레이엄 그린과의 만남 그리고 연기철학을 들려준다. 음성해설도 감동적일 수 있다는 예라 하겠다. 재미있기는 시드니 폴락이 제작자로서의 소양을 내비치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선댄스 채널에서 제작한 ‘장면 분석’은 영화의 전환점인 대규모 폭발장면을 역사적 사실, 로케이션, 촬영, 연기, 음향효과별로 해부한다. 영화에 대한 간단한 소개인 ‘홍보물’은 건너뛰자. ‘베트남 타임라인’은 근대 베트남의 정치 흐름을 다룬 텍스트로서, 간략하나마 영화의 배경지식 역할을 맡는다. 인터뷰와 메이킹필름은 화기애애했던 현장 분위기와 함께 그들의 영화와 인간에 대한 애정을 보고 느끼게 한다.
<콰이어트 어메리칸>은 프랑스 집권세력과 공산주의자 그리고 미국을 배후로 둔 제3세력간의 긴장이 흐르던 1950년대 초 사이공을 배경으로, 세 사람의 러브스토리와 살인 미스터리, 역사에 대한 진지한 접근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잡고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9·11 테러 이후 개봉 불가 상태에 놓인 적이 있다. 우린 어쩔 수 없이 1952년, 1965년, 2004년의 시간을 찾아가면서, 조용한 미국인과 린든 존슨 그리고 조지 부시를 연결해보게 된다. 순진한 자들의 잘못된 선의와 엉뚱한 확신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조용한 미소가 더 섬뜩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