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사람들
잘∼ 되어가고 있네요
오정연 2004-05-20

2004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최우수상

<잘돼가? 무엇이든> 감독 이경미

<잘돼가? 무엇이든>의 감독 이경미(27)씨. 그는 몇주 전 서울여성영화제에서 최우수상과 관객상을 받은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2004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경사가 겹쳤다. 영상원 졸업작품인 <잘돼가? 무엇이든>은 겉으로는 멀쩡한 동료 사이지만 속으로는 서로를 싫어하는 지영과 희진의 관계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 작품이다.

늦은 나이에 영상원에 입학하고 영화를 찍게 된 계기는.

대학 졸업 뒤, 해운회사에서 3년 정도 일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뭔가를 해놓거나 진로를 확정짓지도 못하고 서른이 되는 것은 아닌가 갑자기 걱정이 되더라.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별다른 기대도 없이 영상원 시험을 봤는데 덜컥 붙어버렸다. 학교를 다니면서 내가 진짜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할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영화 제목이 특이하다.

영화 속 인물이나 관객에게 건네는 나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같은 의미다. 학교 다닐 때 사람들의 인사가 항상 “잘돼가?”였다. 다들 항상 자기 작업을 하느라 바빴으니까. 늘 듣던 말을 제목으로 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재밌었는데, 작업하는 동안 스탭들은 너무나 헷갈려했다. ‘괜찮아 잘될 거야’라는 둥 ‘잘되가니’라는 둥…. (웃음)

두 주인공의 캐릭터가 너무 현실적이고 인상적이다.

주인공 지영의 경우은 동생이 모델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면서, 내 모습도 점점 반영되더라. 주위 사람들은 반대되는 두 인물이, 마치 나를 둘로 분리해놓은 것 같다고 한다.

영화를 만드는 것이 즐거운가.

시나리오를 쓸 때는 너무 괴롭다. 하지만 촬영기간 동안은 제일 행복하고, 촬영한 것을 편집하는 과정 역시 정말 좋아한다.

촬영장에서 상당히 차분할 것 같은데.

그런가? (웃음) 그보다는 완벽주의 기질 때문에, 생각했던 그림이 나올 때까지 스탭들을 고생시키는 스타일이다.

상금으로는 다음 영화를 찍을 계획인가.

여성영화제 상금은 벌써 스탭들한테 한턱 쏘느라 다 써버린 것 같고(웃음) 이번 상금으로는 앞으로의 백수생활을 대비하려고 한다. 장편영화 연출부를 하거나 장편 시나리오를 쓰려면 생활비가 필요할 테니.

글 오정연·사진 오계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