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의 감독들이 살고 싶은 곳이 아닌 떠나고 싶은 곳으로서의 뉴욕을 그린다. 하지만 그들은 뉴욕을 떠나지 못한다. 70년대부터 뉴욕의 ‘비열한 거리’를 배회하는 갱들과 택시기사, 구급요원을 그려왔던 스코시즈. 때론 다른 곳으로 이사가기도 했지만 <순수의 시대>와 <갱스 어브 뉴욕>에선 19세기의 뉴욕을 그리며 자신이 이탈리안이 아닌 뉴요커임을 보여주었다. 라이오널(닉 놀테)은 그림으로 성공했지만 사랑에는 언제나 실패한다. 그런 그가 뉴욕을 떠날 수 없는 것은 이곳이 언제나 또 다른 사랑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슈퍼마켓 계산대에선 절대 유대인 할머니 뒤에 서지 말 것을 <미국의 광채>가 가르쳐주었건만, 그 여인이 어머니라면 어찌해야 하나? 셀던(우디 앨런)의 무의식 속엔 참견이 심한 어머니를 죽이고픈 욕망이 담겨 있다. 마술쇼 도중 사라진 어머니는 뉴욕의 마천루 너머에 자리잡고 참견을 강화한다. 하지만 결국 그는 어머니와 닮은 여자를 선택한 자신을 발견한다. 우디 앨런은 벗어날 수 없는 마음의 고향으로서의 뉴욕을 그린다. 록펠러센터와 센트럴 파크, 9·11사태 이전의 세계무역센터 등 맨해튼의 낯익은 정경이 영화 속에서 정답게 펼쳐진다. 거장다운 면모를 찾아볼 수 없는 코폴라의 에피소드가 불만이지만 스코시즈와 우디 앨런의 단편은 장편 못지않은 재미를 준다. 북미지역보다 1년 늦게 발매된 DVD는 부록이 전무하고 AV적으로도 볼품없으나 다시 모이기 힘든 거장들의 삼인삼색이란 점에서 쉽게 지나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