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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영화광 시대가 왔다 [5] - 영화 블로그 운영자
김도훈 2004-05-11

권위는 가라! 수많은 소통의 그물

영화 블로그 운영자 홍지로씨

http://sabbath.egloos.com는 서울대학교 인문대 2학년에 재학 중인 홍지로(20)씨의 공간이다. 문학에 대한 꿈을 꾸면서 서울로 상경한 광주 청년은 영화공동체 씨네꼼을 만나서 영화의 재미를 알았다. 그러나 동아리도 인터넷 커뮤니티들도 더 많은 영화광들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그의 끊임없는 욕구를 채워주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홍지로씨가 발견한 것은 블로그라는 새로운 매체였다. 개인적인 이야기로 채워진 이 둥지들에 공통적인 화두로 ‘영화’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것이 그에게는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홈페이지처럼 폐쇄적이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영화 이야기를 읽어줄 수 있다는 점이 좋았고, 커뮤니티에 적응하기 위해 그 집단의 성향에 자신의 영화취향을 맞출 필요도 없었다. 블로그의 가장 큰 특성은 “링크와 트랙백으로 손쉽게 연결이 가능하다. 내 블로그에 덧글을 단 사람의 이름을 클릭하기만 하면 쉽게 그 사람의 글을 볼 수 있다. 홈페이지나 커뮤니티는 한 사람의 운영자가 있고 다른 사람들이 참가하는 형식이지만, 블로그는 주체가 수없이 많고 그것들이 모두 연결되기 때문에 이야기가 지속된다”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블로그가 과연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세대의 영화광들을 낳고 있을까. 홍지로씨는 “차이점이 있다. 이를테면 옛 세대는 작가주의니 하는 사적인 흐름에 신경을 쓰는 데 반해 블로그는 개인들의 감상이 모여서 담론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서식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하기를 원하지 어떤 정통적인 흐름 속에서 영화를 해부하고 해석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혹시 그 담론들이 지나치게 가벼워지는 것은 아닌가? 그에 대한 대답은 “가벼워진다기보다는 어떤 권위적인 토대없이 자생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를 뿐 이전 매체의 권위에 따르지 않는 것이 블로그의 영화담론들이다”라는 것. 이런 그에게 그의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더없이 중요하다. “애초에 블로그를 만든 목적 자체가 소통이었다. 사람에겐 누구에게나 좋아하는 것을 알리고 싶은 욕구가 있으니까. 나 역시 글을 쓸 때는 언제나 독자를 염두에 둔다.” 그런 그에게도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중요해도 담론의 주체는 나이어야 하는데 글이 습관이 되면 보여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쓰게 되는 경우도 있다”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하지만 “겸손하게 자기 책임을 질 수 있는 이야기만 하는 것보다도 깊이가 모자랄지라도 많은 사람과 소통하며 담론을 확장하고 키워나가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그에게 블로그는 새로운 영화광들의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서 진화해가고 있다.

베스트10 (순위없음)

<복수는 나의것>/ 나에게는 동시대인이 <시민 케인>을 봤을 때의 충격과도 같은 영화였다. 평생 나의 베스트 1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작품이며 나에게 영화보기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선물이다.

<지구를 지켜라!>/ 부천영화제에서 처음 보았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좋은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처음으로 만끽하게 해준 영화다.

<빈센트>/ 팀 버튼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6분짜리 단편 데뷔작.

<무제 Untitled>/ <올모스트 훼이모스>의 감독 확장판으로 제목없이 출시되었다. 보통의 드라마 같지만 카메론 크로 영화에는 통속적이지 않은 진실함이 있다.

<네이키드 런치>/ 작가가 꿈인 내게는 이처럼 ‘작가에 대한 정신병적인 탐구’를 다루는 영화가 좋다. 내가 글을 쓰는지, 글이 나를 쓰는지, 모호한 백일몽처럼.

<그 남자는 거기에 없었다>/ 누아르가 가진 모든 것을 지닌 영화.

<저수지의 개들>/ 중심 줄거리의 큰 변화없이 캐릭터에 집중하면서 영화를 풍족하게 만드는 타란티노의 재능!

<메멘토>/ 시간과 기억을 재구성, 관객을 능동적으로 만드는 힘이 대단하다.

<거미의 눈동자>/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박찬욱의 <복수는 나의 것> 못지않다는 글을 읽고 보게 된 영화. 비극적이고 암울한 상황이 희극적으로 그려지는 그런 건조한 감성이 너무 좋다.

<볼링 포 콜럼바인>/ 코아아트홀에서 펑펑 울면서 보았다. 나 사실은 굉장히 감상적인 사람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