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학장까지 지낸 콜먼(앤서니 홉킨스)의 아킬레스건은 젋은 여자와의 사랑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었다. “또 만날 수 있을까?”라는 콜먼의 질문에 퍼니아는 “당신이 날 또 만나줄까요?”라고 반문한다. 그에게 이 대답은 기시감을 안겨주며 수십년 전의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대학 시절, 애인 스티나를 소개하려던 그에겐 어머니가 그녀를 맘에 들어할 것인가가 아닌, 그녀가 어머니를 받아들일 것인가가 문제였던 것이다. 콜먼 퇴임의 원인이 된 인종차별 발언에 흑인에 대한 그의 편견이 개입되었는가는 중요치 않다. 문제는 자신의 뿌리를 숨기고 살아온 콜먼에게 흑인은 언제나 증오의 대상이었다는 점이다. 학대받는 삶을 살아온 퍼니아와 인종에 대한 편견을 가진 콜먼은 동반죽음을 맞이하나 학대나 편견이란 단어가 그들의 죽음과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영원히 해결될 순 없겠지만 감독은 그러한 오점들을 일부러 들춰낸다. 풀 수 없는 문제라고 내버려둘 순 없다면서 말이다. 콜먼에게 어울림직한 올디스 재즈넘버들이 편안하게 들리고 간간이 등장하는 어두운 장면을 제외하곤 화질도 괜찮은 편이다. 부록은 전무한데 위안이라면 극장에서는 뿌옇게 처리되고 비디오에선 아예 삭제된 스티나의 헤어누드가 무삭제로 출시된 것이다. 벤튼 감독과 <빌리 배스게이트>에서 이미 전라연기를 펼친 니콜 키드먼이 또 한번 나신을 보여주는 것은 덤이다. DVD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먼저 출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