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Ce jour-la
2003년
감독 라울 루이즈
상영시간 101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2.0 프랑스어
자막 영어
출시사 제미나이 필름(프랑스)
라울 루이즈는 현대 영화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떠나, 창작의 속도와 실험영화에서 코미디, 드라마, 스릴러, 시대극 등에 이르는 작품의 스펙트럼만으로도 경이로운 인물이다. <그날>은 그런 그의 영화 중에서도 유별나 보인다. <그날>의 스틸은 식탁 옆에 둘러앉은 시체들을 찍은 것이었으며, 이로 인해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의 첫 상영작으로 공개되기 이전부터 엄청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그날>은 하늘이 인간을 벌하는 분노의 날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해치는, 그러니까 자식이 천사와 행복을 맞이하는 동안 부모가 살인과 광란의 파티를 준비하는 저주의 날에 관한 영화다. 1930년대의 누아르영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그날>은 감독의 장기인 미스터리스릴러가 불안한 기운을 풍기는 가운데, 부조리와 초현실 그리고 블랙코미디의 세계를 넘나들면서 유쾌한 살인극으로 돌변한다.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존속살해와 무자비한 복수극을 만들고도 왜 웃지 않느냐고 떼쓰는, 그래서 더 웃기는 부류의 작품과는 격을 달리한다. <그날>은 ‘보호받지 못한 순수’와 ‘끝없는 탐욕’ 그리고 ‘세계화란 이름의 야수’에 대한 거대한 ‘메타포’여서, 불쾌한 감정을 동반하지 않고도 현실을 환기하고 직시하게 만든다. 당연히 그 힘은 크고 오래간다. 엄숙한 결말이 수긍 가능한 것은 물론이다.
DVD를 위해 만들어진 특별 영상에서 라울 루이즈는 영화의 제작과정과 의도 그리고 칸영화제에 대한 생각, 작가로서 마주치는 제작환경 등에 관해 직접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여담인데, 필자의 뒷모습이 아주 잠시 보인다). 삭제장면은 유독 여주인공의 환상장면들로만 채워져 있어서, <그날>이 공허한 판타지에 머물지 않는다는 걸 재확인하는 듯하다. 그리고 몇몇 배우들과의 인터뷰에선 그들의 감독에 대한 신뢰를 엿볼 수 있다. 이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