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컬러 97분
감독 석래명
출연 김정훈, 이승현, 강주희, 하명중
EBS 5월2일(일) 밤 11시10분
한국 영화사에 있어 1970년대는 그리 아름다운 시절은 아니었다. 사회·정치적 억압기제가 전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던 당시는 모든 문화 영역의 암흑기를 불러왔고, 영화계 역시 1960년대 말부터는 내적, 외적 요인에 의해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검열의 족쇄는 사회성 짙은 작품을 기획하기도 힘들게 만들었고, 그러다보니 이른바 ‘새마을영화’, ‘반공영화’, ‘호스티스영화’ 등이 주로 만들어진 한국 영화계 전반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일종의 히트상품처럼 1970년대 중후반을 풍미한 것이 ‘하이틴영화’였다. 그 하이틴영화의 주류를 만들어낸 작품이 바로 조흔파의 <얄개전>을 원작으로 한 <고교 얄개>다. 이제는 30대 후반이나 40대 중반이 된 당시의 청소년들 기억 속의 교복 입은 얄개들- 이승현, 김정훈, 강주희, 임예진, 이덕화, 손창호 등등- 은 최고의 우상이었고, 낭만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당시를 휩쓸었던 하이틴영화 붐은 1970년대 젊은이들이 구가했던 도피성 낭만을 단적으로 드러낸 문화현상이었다. 얄개시리즈, 여고(고교)시리즈 그리고 ‘진짜 진짜…’시리즈 등 그 당시 하이틴영화는 수많은 시리즈물과 아류작들을 낳으면서 점차 박제된 낭만으로 변질되고 주류에서 밀려나게 된다. 1970년대 고교생영화로 배출된 하이틴 스타들은 이후 1980년대 들어서면서 대학생을 소재로 한 청춘영화의 주인공들로 변신하지만, 1980년대 청춘영화는 이전 시대의 영광을 보지 못하고 쇠락하게 된다. 시대에 눈감은, 혹은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는 박제화된 문화는 결코 오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다.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